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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바케모노가타리(2009) - 아직은 책장에 있어야 할 작품

요즈음 바케모노가타리를 처음부터 다시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졌다는 훈훈한 이유가 아니라 좀더 살벌한 이유입니다.

 

이번에 쥘 베른 콜렉션을 비롯해서 서적 구매가 이어지면서 방의 책장에 여유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좋아했지만 지금은 손이 잘 가지 않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박스에 넣어서 창고로 보내거나,

그럴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작품은 처분하려고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옛 작품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접하는데 지장이 생기는건 비합리적이잖아요.

 

이야기 시리즈는 당시에 상당히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서적이 발매되면 바로바로 살 정도였고

미라지에서 나온 BD도 구입하여 상당히 만족스럽게 즐겼던 작품이었지만

몇 번이나 막을 내릴 타이밍을 놓히고 결국에는 작품이 끝내기 전에 제가 질려버렸습니다.

그 흔적이 아직 비닐 포장도 뜯지 않고 있는 '끝 이야기 하편'으로 남아있네요.

그래서 이번에 바케모노가타리를 다시 보면서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그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 작품을 정리하여 책장의 공간을 확보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화까지 보고서 내린 결론은 저는 여전히 이 작품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가슴을 울릴 정도로 로맨틱한 별 하늘 아래에서의 데이트,

작중에서 계속 반복해서 언급하던 사람은 스스로 살아날 뿐이라는 말을 마지막에 부정하면서

오시노 같은 몇몇 규격 외를 제외하면 결국 사람은 서로를 구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 아라라기,

자신에게 계속 상처를 주는 둔감한 남자지만 결국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시노부, 

그리고 많은 것을 잃어버린 과거에 묶이지 않고 힘차게 미래로 발을 내딛는 센죠가하라라는 캐릭터,

이 모든 것이 아직도 제 마음에 좋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결국 이 작품은 아직 저에게 가치가 있는 작품이네요.

 

덕분에 다음에 새로 구입하는 물품이 있으면 '세인트 영 멘'이 정리될 것 같습니다.

저 작품도 권수가 쌓일 때마다 캐릭터들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변하면서

성인(聖人)들의 평범하고 소시민적인 이야기라는 정체성이 거의 날아간 작품이라 아쉬운 물건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