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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백팩을 하나 장만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명품을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 했는데 요즘 들어서 그 마음을 알겠더군요. 이렇게나 열심히 일한 나에게 무언가 오랫동안 남고, 기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으로 스스로 상을 주고 싶더군요. 지난 달에는 주 52시간 꽉꽉 채워서 일했고, 사내에서 나름대로 대상도 하나 탔거든요.

 

 직장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자그마한 배낭에 갈아입을 옷과 핸드폰 충전기만 챙긴 후에 가볍게 훌쩍 떠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만큼 마음에 드는 배낭을 보면서 여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브랜드는 전부터 생각해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독특한 색감과 디자인에 반해서 언젠가 사겠다고 벼르던 브랜드가 있었거든요. 바로 알비에로 마르티나 프리마 클라쎄입니다.

 

 사실 이번에 사는 과정도 험난하였는데 가방을 보시더니 부모님이 디자인으로 보나, 사이즈로 보나 여성 가방 같으니 반품하는 게 어떠냐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제가 평소에 쓰는 배낭과 비교해 보면 좀 작긴 합니다. 그래서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반품할까 생각을 하였는데 침대에 누웠더니 미련 때문에 잠이 안 오더군요. 혹시 우리나라에는 없어도 해외에는 남성용 가방이 있다면 직구할까 생각을 해서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남성용 가방으로 구분되어 있는 걸 확인하고 그냥 뭉개고 쓰기로 하였습니다. 내가 마음에 들어 내 돈 주고 샀고, 제조사에서도 남성용이라고 하면 충분한 거죠. 앞으로 이걸 메고 여행 다닐 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