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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슈퍼 그랑죠 OVA - 최후의 매지컬대전(1990) / 모험편(1992)

1.

그랑죠는 비록 TV판이 끝난 후에 두 편의 OVA를 발매하였습니다.

하나가 90년에 나온 최후의 매지컬대전이고, 다른 하나가 1992년에 나온 모험편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비록 조기 종영하기는 하였어도 아주 인기가 없는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최후의 매지컬대전은 TV판 종료 시점에서 1년 후 라비루나를 상실한 사동제국의 침공을 그리고 있으며

모험편은 아그라만트와 사동제국의 월면 공격으로 마동력의 존재가 드러나 이 힘을 노리는 악당을 막는 이야기입니다.

 

2.

최후의 매지컬 대전을 본 감상은 최후의 설정 쏟아내기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원작이 흥행에 성공하면 후속작을 낼 생각이었는지 이 작품은 의외로 뒷설정이 빼곡합니다.

사동족의 기원이라든가, 고이족과 장이족의 갈라섬, 그랑죠의 기원 같은 설정들이 이 OVA에서 밝혀집니다.

 

문제는 분명히 어린시절 이 작품을 분명히 봤는데 기억에 남은게 '가이아 드래곤이 실패했다.' 는 것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런 OVA 시리즈의 핵심은 기존 로봇으로 이길 수 없는 강적의 등장과 새로운 로봇의 등장이거든요.

그런데 일단 하이퍼 그랑죠가 멋있지가 않습니다. 거기에 디자인도 굉장히 이질적이라 그랑죠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그렇다고 멋지게 활약하냐면 적 부하들을 상대로 힘 자랑하는 장면도 없고 그룬왈드에 일격을 먹이긴해도 혼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당시 기대하던 소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OVA였습니다.

새로운 로봇은 멋있지 않고 어려운 소리만 계속 늘어놓고 있으니까요. 거기에 적들도 너무 비호감이고요.

그나저나 이번에 그룬왈드의 자기 소개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고민되네요.

이거 끊어읽는 방법에 따라서 '사동족의 왕인 카노푸스의 아들'로도 '사동족의 왕이자 카노푸스의 아들'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3.

모험편은 더한 것이 아예 아군 마동왕들이 한 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당시 어린 마음에 그래도 마지막에는 그랑죠가 나와서 다크 그랑죠를 쳐부수면서 오리지널의 힘을 보여주길 기대했거든요.

다크 그랑죠가 해적선의 포탄을 가슴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에서 설마 이대로 끝날까 싶었는데 정말로 끝이더군요.

 

제가 아는 한 로봇물에서 이런 식의 후속작을 낸 것은 딱 하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용자지령 다그온'입니다.

저 작품은 기존 용자 로봇 팬들보다는 여성 팬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이 작품의 취급도 이해가 갑니다.

장난감을 사줄 어린아이들보다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니 아무래도 완구를 팔아야하는 스폰서의 입김이 강한 TV판은 조기 종영했어도 영상 판매가 목적인 OVA는 두 편이나 나왔고

영상물로의 대우는 나쁘지 않으면서도 진짜 별의 별 작품이 다 나오는 슈퍼 로봇대전에 아직까지 얼굴을 못 내미는 것도 그렇고요.

 

물론 마동왕이 없어도 이들은 마동전사라는 묘사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소재지요.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로봇물에서 3화나 써서 다룰만한 소재는 아니에요. 1화 정도를 할애해서 후일담으로 그리는건 몰라도요.

요약하면 두 작품 모두 솔직히 재미가 없어요. TV판은 그래도 꽤 즐겁게 감상했는데 좀 지루하더군요.

 

4.

이 OVA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 아픈 기억도 좀 있는데 저와 제 동생은 이 두 작품을 비디오로 빌려봤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당시 저희 집 근처 비디오 가게에 두 작품 모두 '하이퍼 그랑죠'라는 이름으로 들어왔고

저희만 헷갈린게 아니라 비디오 가게 아저씨도 헷갈렸는지 내용물이 바뀌어서 원치 않는 편을 빌려보고 뒤죽박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