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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칼 이야기(2010)

 

1.

칼 이야기, 원제인 카타나가타리가 은근히 어감이 좋지만 일단 국내 정식 발매할 때 이름은 칼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이야기 시리즈와 니시오 이신을 많이 좋아하던 시절 이 책도 전권 구입하였습니다.

헛소리 시리즈와 그 파생 작품은 거부감을 가지기 쉬운 작품인데 다행이도 이건 그렇게 뒤틀린 작품은 아니니까요.

 

가끔 생각나면 한 번 씩 읽는 책이었는데 이사 과정에서 책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어서 결국 친구에게 팔았습니다.

지금 이야기 시리즈가 매듭을 지어야할 시점에서 무리하게 시리즈를 유지하는 선택을 하여 애정이 뚝 떨어진 상황이라

더 나올 이야기가 없을만큼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어준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2.

일단 이 작품은 그림체가 독특합니다. 

이게 애니메이션을 오래 보다보면 이제까지 못 보던 스타일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점이 들어가는데 

그러면서도 작품의 배경이나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까지 해서 작품 시작부터 보너스 점수가 팍팍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보면 볼 수록 느끼는데 니시오 이신의 작가로서의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은 탁월한 것 같습니다.

독자를 웃게 하고, 진지한 전투에 몰입하게 만들고, 사랑 싸움에 헤실되게 만들고, 그러다가 뭉클하게 만드는

작품 내내 독자의 반응을 능수능란하게 끌어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느낌입니다.

특히 5화와 12화에서 똑같은 대사를 전혀 다른 상황에서 하는 부분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감탄할 수 밖에 없더군요.

5화에서는 킥킥대던 대사를 저렇게 절절하게 써먹을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3.

아무래도 제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캐릭터는 토가메였습니다.

처음에는 시치카의 무감정한 행동에 거부감을 느껴서 감정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인간의 감정을 익혀나가는 시치카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혹여나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고민하던 토가메,

그리고 마지막까지 사랑과 복수 사이에 고민하다가 모든 것을 잃는 순간 시치카를 죽이는 않아도 되는 것에 안심하던 토가메.

제 머리 속에서 이 작품은 '나에게 반해도 좋다.' 에서 시작되어서 '나는 그대에게 반해도 괜찮은가?'로 끝난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의외로 히테이 히메.

정적으로 서로의 약점을 노리던 사이지만 토가메의 출신을 알아내서 제거해야할 시점에서 보이는 진한 아쉬움,

숨기려고 해도 미처 다 숨겨지지 않는 자신에 수하인 에몬자에몬에 대한 애정,

그리고 계획에 마지막 순간 시치카에게 자신을 죽여도 된다고 의연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드리려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화는 12화를 제외하면 8화.

시치카가 마침내 스스로를 칼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정의내리는 장면도 좋았지만 비요리고우가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인간을 흉내내는 로봇보다는 인간과 비슷해더라도 인간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동작을 보여주는 로봇을 좋아하거든요.

...자신이 좋아한 여자를 모델로 로봇을 만들었는데 입에서 칼이 튀어나오는 기능을 넣은 키키의 센스는 넘어가죠.

 

4.

애니메이션과 소설을 비교하면 저는 전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니시오 이신 소설을 읽다보면 나오는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다 쳐내서 작품이 훨씬 깔끔하거든요.

다만 12화는 예외입니다. 12권 자체가 진지하고 밀도있는 진행을 하다보니 분량 문제로 잘려나간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쇼군 수하들과의 싸움에서 과거 싸운 상대에 대한 시치카의 존중이 묻어나오는 부분이 나오지 않은게 아쉽습니다.

혹시나 애니메이션만 본 사람이 있으면 12권 정도는 소설로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는 노래는 앞의 것은 마음에 드는데 뒤의 것은 작품에 어울리는건 인정하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듣는 순간부터 누가 불렀는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 밖에 없는 노래였는데 이 그룹 노래는 로젠 메이든 이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요.

닫는 노래는 노래 자체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고 7화의 나나미와 시치카의 모습이 뭔가 안타까웠다는 기억만 있습니다.

 

5.

다시 한 번 이야기 시리즈에 화가 나네요.

누가 봐도 명백히 매듭을 지어야할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걸 못해서 이 사단이 났으니.

그 전까지 끝낼 타이밍을 놓쳐서 평이 떨어진 작품 1위가 이누야샤, 2위가 정글고였는데 지금은 이야기 시리즈가 1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