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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거울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글쓰기를 돌아보며

전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한 번 쓴 것 같은데 좀더 보강해서 새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전문 분야의 박사학위, 다양한 외국어의 자유로운 구사,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제가 도달하고 싶은 인간의 주요 구성요소니까요.

 

아마도 글 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였습니다.

원래 반에서 머리가 좋고 눈에 띄게 성적이 좋은 아이에게는 이것저것 시켜보곤 하잖아요.

그 중에 글짓기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영 소득이 없었습니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거라서 저도 의욕이 없었고요.

 

글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안네의 일기'를 읽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숙제 중에 하나로 지겹기만 하던 일기 쓰기가 이렇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마음가는 대로 써도 된다니요.

국민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방학일기를 하루에 몰아쓰다 혼난 적이 있을 정도로 싫어하던 일기였는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안네의 일기'를 흉내내보려고 노력하였지만 점점 나만의 스타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쓴 글은 지금 생각하면 일기라기 보다는 일종의 수필집에 가까운 물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했다는 것보다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는지를 중심으로 정말 자유롭게 기술하였으니까요.

2학년 여름방학부터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교내 일기 부분 최우수상을 놓치지 않은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쓰다보니 운문도 많이 늘어서 저학년 때 운문을 기고해서 지역신문에 실린 적도 있었습니다.

 

글쓰기에서 계속 성과를 내니 고학년 때는 학원에 다니기도 하였는데 이건 역효과였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선생님께 혼나면서 첨삭을 심하게 당했는데

최종 결과물을 보면 제가 쓴 글 같지가 않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대회에서 종종 타오던 상들도 전혀 타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쓰는 일기와 숙제로 나오는 독후감 외에 스스로 글을 쓰는 일도 전혀 없어졌습니다.

그나마 도움이 된 것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평소라면 읽지 않을 책을 많이 접하게 된 것이지요.

 

그게 다시 바뀌게 된 것이 중학교 때 백일장 출전 멤버에 포함되고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지도 교사였던 분이 기초적인 글 다듬는 법만 가르쳐주고서 자유롭게 쓰게 해주셨는데 그게 오히려 성과가 나왔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참가한 거의 모든 백일장에서 등급이 문제였지 상은 타오기 시작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 독특한 감성과 자기만의 스타일이 강해서 함부로 손을 대면 글이 이상해진다고 하셨죠.

실제로 제 독후감의 경우는 읽자마자 알 수 있을만큼 맛이 강하다고 다른 국어 선생님도 그러셨고요.

과학고에 진학해서도 국어 선생님이 여기에 저처럼 자기 스타일을 가지고 글을 쓰는 학생은 거의 안 온다고 하셨을 정도니까요.

지금은 좀 많이 순해졌지만 그 당시 쓴 글은 다시 읽어봐도 독한 맛이 넘친다고 느낍니다.

 

대학교에 와서 다시 글쓰기에 소홀해지다가 블로그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터넷에 유행하던 글쓰기 스타일을 흉내내 보았는데 그 당시 글은 다 삭제하고 싶을 정도로 이상합니다.

젊은 얘들 사이에 유행하는 개그를 억지로 배워서 끼려고 하는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요.

이 블로그로 옮긴 것도 그런 과거와 결별하고 싶은 것도 하나의 이유니까요. 결국 스스로를 위해 글을 써야 되는 타입인가 봅니다.

 

지금 글 쓰는 스타일이나 주제는 오히려 어렸을 때 일기와 가장 비슷합니다. 결국 원점회귀네요.

가끔씩은 제가 쓴 글을 읽어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은 글을 손 보거나 조금씩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나름대로 목표로 하는 스타일도 있어요.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입니다. 결국 저자인 진 웹스터의 스타일이지요.

묘한 리듬감이 있어서 제가 순수하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소설이지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예전에 블로그가 융성할 때는 참고로 하고 싶은 블로거도 좀 있었는데

요즘은 블로그도 별로고 무엇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내용을 둘째치고라도 욕설과 비속어 난무에 그야말로 눈을 씻고 싶은 수준의 글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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