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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워(1998)

1.

'혼자하는 게임' 카테고리에 올리는 글들은 제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서 엔딩을 보고 난 다음에 올리는 감상입니다.

보통 게임을 다 클리어하고 나면 달성감과 함께 좀 휴지기가 생기다 보니

실제 게임을 클리어한 시기와 글을 올리는 시기에는 어느 정도 텀이 생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데 이번 경우에는 스타크래프트와 확장팩 브루드워를 클리어한게 저번 추석 연휴였으니

미루어도 너무 미룬 케이스라서 더 이상 늦어지기 전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드네요.

 

2.

이번에 이 게임을 하게 된 이유가 블리자드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를 제공하기 때문인데

사실 이 게임을 무료 다운로드를 통해서 설치하니 약간 억울한 기분이 듭니다.

저와 제 동생이 어렸을 적 모은 세뱃돈으로 근처 세진 컴퓨터랜드에서 본편과 확장팩 모두 구입한 게임이거든요.

이사할 때 제가 없다고 이런 물건들 하나도 챙기지 않은 동생이 정말로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3.

이 게임은 뭐 제가 다 언급할 이유가 있나 싶은 게임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대한민국 게임사의 전환점이 된 게임입니다.

당시 보급되는 초고속 인터넷망과 결부되어 PC방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냈으며

프로게이머의 등장과 e-sports의 탄생으로 게임이 더 이상 어린아이들의 놀이에서 벗어나게 되었죠.

임요환, 홍진호와 같은 시대의 아이콘들을 탄생시켰으며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시스템과 인물들은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e-sports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4.

이 게임은 오리지널 3개, 확장팩 3개, 합쳐서 6개의 캠페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리지널 테란->오리지널 저그->오리지널 프로토스->확장팩 프로토스->확장팩 테란->확장팩 저그 순이지요.

 

오리지널 테란 미션에서는 식민지의 보안관이 되어서

저그의 침공 앞에서도 서로를 미워하고 배신하며 분열하는 테란 연합의 모습을 그렸으며

오리저널 저그 미션에서는 저그 정신체가 되어서 캐리건을 새로 탄생시키고 프로토스 모성인 아이어로 초월체를 안착시킵니다.

마지막 프로토스 미션은 신임 집행관이 되어서 위기 앞에서도 오래된 인습에 얽매여 몰락하는 프로토스와

이를 타파하며 마지막에 고귀한 희생으로 초월체를 제거하는 테사다의 여정을 함께합니다.

 

오리저널 미션들은 전체적으로 쉽습니다.

전력 시뮬레이션의 플레이 방식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게 된 계기가 이 게임이기에

어렵게 만들었으면 당시에는 제대로 클리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했기에 어쩔 수 없죠.

저도 워크래프트를 할 당시에는 생산 건물을 여러 개 지어서 병력 충원 속도를 올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프로토스 후반 미션들은 멀티태스킹도 많이 요구하고 꽤나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8스테이지 홈랜드는 맵은 넓고 아군 기동력은 부족한데 포톤 캐논은 리버에게 순식간에 터져나가서 괴로웠습니다.

마지막에 스테이지는 반대로 어이없을 정도로 쉬워서 김이 빠진 기억이 나오네요.

 

확장팩 브루드워 미션들은 오리저널에 비해서 훨씬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쉬운 프로토스 미션들도 브락시스 전투나 카운트다운 같은건 어려웠고(특히 카운트다운은 학을 뗐습니다.)

가장 어려운 저그 미션은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야수 살해 미션은 진짜 몇 번이고 다시 했습니다.

 

프로토스 미션은 다크템플러의 고향인 사쿠라스로 퇴각한 프로토스의 반격을

테란 미션은 지구에서 날아온 UED의 등장과 멩크스, 저그의 몰락을 그리고 있으며

저그 미션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동맹을 바꾸어가면서 저그의 여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케리건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라자갈의 세뇌가 좀 맥락없다고 느껴지는만 악랄하고 잔혹한 수단과 피닉스, 듀크와 같은 오리지널 인물의 퇴장이 인상깊었습니다.

 

5.

캠페인을 다시 플레이하면서 캐리건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캐릭터인가를 새삼 느꼈습니다.

 

캐리건은 처음에는 분명히 피해자였습니다.

고스트로서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멩스크의 가족을 죽인 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캐리건은 멩스크의 밑에서 테란 연합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멩스크는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고 몰려드는 저그 무리에 방치하는 것으로 속죄에 답하였습니다.

저그에게 잡혀간 그녀는 오버마인드에 의해서 저그로 개조되었고 저그의 앞잡이가 되어 아이어 침략에 앞장섰습니다.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은 타인에 휘둘리며 살던 그녀의 본심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를 위해서 택한 수단은 배신과 학살이었습니다.

수많은 세력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마침내 저그의 여왕이 된 케리건이지만

과거 연인이었던 짐 레이너마저 반드시 죽이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피에 젖은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이 최악의 학살자를 탄생시킨 것이지요.

그러는 와중에도 차마 레이너에게까지는 손을 대지 못하고 그의 비난에는 의기소침해지는 인간성이 남아있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학살자와 사랑하는 여성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모두 갖춘 입체적인 캐릭터의 탄생이지요.

 

6.

스타2는 주변의 구입한 사람들의 평을 듣고 돈 주고 살만큼 제 취향에 맞는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손을 대고 있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자유의 날개가 무료로 풀렸다기에 한 번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 짐 고'라는 게임 엔딩에 대해 악평이 많긴한데 자유의 날개는 명작이라는 소리도 있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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