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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시간탐험대(1989)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영화에서는 '백 투 더 퓨처',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작품입니다. 어렸을 적에 MBC에서 방영해주던 것을 동생과 같이 봤던 기억이 나네요. 돈데기리기리로 시작하는 주문은 지금 들어도 찰지더군요. 이번에 다시 보면서 찾아보았는데 원 제목은 '타임 트러블, 톤데케맨', 무려 1989년 작품이더군요. 참고로 Travel이 아니라 Trouble입니다.

 

 내용은 문제투성이 과학자 레오나르도 박사가 만든 타임머신 돈데크만을 타고 8세기 바그다드로 간 리키와 스카이가 겪는 모험담입니다. 거기서 마법사 압둘라에게 돈데크만을 빼앗긴 그들은 압둘라가 공주를 납치하는 걸 막으면서 돈데크만을 되찾아 현대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39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에는 닌자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에피소드가 왜색 문제로 삭제되고 38화가 방영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중반이 엄청 지루하고 30화를 넘어서야 재미있는 화들이 많이 나온다고 느꼈습니다.

 

 오프닝 음악도 상당히 좋아하고 어린 시절에 꽤나 즐겁게 본 방송이었는데 다시 보니 확실히 아동 취향의 작품이더군요. 특히 축구공으로 어지간한 적을 다 물리치는 것을 볼 때마다 말을 잃게 됩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많더군요. 위에서 말한 축구공 액션이나 압둘라의 마법, 한 화의 한 번은 나오는 거대한 적과의 싸움이나 삼륜 스쿠터 추격전 같은 거 말이죠. 그리고 다시 보면서 살펴보니 주제는 시간 여행인데 별로 역사 속 장면으로 여행하는 게 반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틀란티스나 아서왕 전설 같은 이야기 속 공간이나 해저 2만리 같은 소설의 한 페이지, 로마의 휴일이나 007 같은 영화의 한 장면까지 실제 역사와는 별로 관계없는 이야기들이지요. 투탕카멘이나 에디슨, 갈릴레이 같은 것도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보면 말이 안 되고요.

 

 사실 이 작품이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해피 엔딩도, 배드 엔딩도 아닌 막 나간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엔딩 덕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이렇게 혼란스러운 내용으로 끝낸 작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돈데크만이 증식해서 여기저기로 시간 터널이 열려서 시간대가 얽히고설킨 혼돈의 세계가 되는 걸로 작품이 끝납니다. 오마르 왕자와 샬랄라 공주는 시간 터널로 인류가 지구를 떠난 미래에 도착하여 우주선을 타고 출발하였다가 우주에서 다시 원시시대로 가는 시간 터널에 빠져 인류의 시조가 되었다는 엔딩이 그중에서도 백미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어차피 마지막에 가면 샬랄라 공주도 자기 납치하러 온 압둘라에게 수고하신다고 말을 건넬 정도이고 나머지 일행하고도 거의 악우 정도 사이로 보이던데 그냥 현대로 돌려보내주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것도 39화나 되어서 다 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이 좀 나와주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 내용도 3쿨로 만들 수 있던 그 시대가 좀 그립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