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이웃집 토토로(1988)

♬ 토나리노 토토로, 토토로~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2001년 겨울, 그러니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기말고사가 끝나고 수업 진도도 마지막까지 나가면 크리스마스 전후로 선생님이 좋아하는 비디오 가져오라고 시키곤 하였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가져온 비디오가 잔뜩 쌓이는데 누군가가 가져왔는지 그 중에 이 작품이 들어있었습니다. 지브리 작품과의 첫 만남이었죠.

 

 당시 남자 중학교에 다녔고, 일부 학생들은 애니메이션이 유치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던 때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저도 따뜻한 환상의 세계에 푹 빠졌고 이런 작품을 만드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을 하였죠. 나중에 예술가로서는 뛰어나지만 성격은 까칠한 노친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라는걸 알고 환상이 깨졌죠. 사실 모노노케 히메까지만 해도 그럴려니 했는데 폼포코 너구리가 치명타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시골로 이사온 쿠사카베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도쿄에 있는 대학에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가 있는 사츠키와 메이 자매는 시골의 크지만 낡아서 다 쓰러져가는 집으로 이사오게 됩니다. 이 자매에게는 시골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혼자서 마당에서 놀던 메이는 신기한 생명체와 만나고 그들을 쫓아 수풀로 들어갔다가 구멍에 빠지게 되어 그곳에서 토토로라는 거대한 생물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던 사츠키지만 아버지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러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사츠키도 토토로와 만나고 친구가 됩니다. 그러던 중 가족 모두가 기다리던 어머니의 퇴원이 늦어지게 되고 메이는 어머니를 만나러 집을 나가게 됩니다. 메이가 사라지자 종일 찾아다니던 사츠키는 지쳐서 토토로에서 메이를 찾아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토토로는 고양이 버스를 불러서 메이를 찾고 둘은 어머니가 낫기를 기원하며 갓 딴 옥수수를 병원에 놓고 오게 됩니다.

 

전에 '논논 비요리'를 보면서 판타지라는 평을 한 적이 있는데 일상물이 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초현실적인 존재가 등장함에도 훨씬 현실감있게 다가옵니다. 사츠키와 메이를 보면 정말로 저 나이대의 여자아이처럼 웃고, 울고, 고집을 피웁니다자신도 아이이지만 메이 앞에서는 어떻게든 의젓한 언니가 되려는 사츠키의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고 그러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런 적이 있었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에 대한 묘사도 공감이 갑니다. 살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불편한게 참 많습니다. 따뜻한 물도 잘 안 나오고, 벌레는 득실거리고, 옷은 쉽게 더러워지고 하였죠. 그래도 그 시절에는 왠지 모르게 즐거웠습니다. 방이 많은 할아버지 집이나 뒤뜰, 풀숲 사이로 난 오솔길 모든 것이 탐험의 대상이었죠. 정말 아무것도 없는데 아침에 나가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놀다오곤 하였습니다. 그리운 시절이네요. 거기에 몇몇 장면에서는 실제로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이야기도 보입니다.

맨처음에 자매가 트럭의 짐칸에 타고 가다가 경찰에 들킬 것 같으니까 숨는 장면이 나오는데 법으로는 당연한 안 되는 일이지만 어렸을 때 차에 자리없으면 저기에 많이 타고 다녔죠. 요즘은 흉내내면 큰일날걸요. 이렇게 제가 경험한 시골이 현실감을 가지고 묘사되어 있다보니 토토로나 고양이 버스같은 환상들조차 생명력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토토로는 처음 볼 때 의외로 무서웠습니다. 입이 크게 벌어지고 큼지막한 이빨이 강조되어서 언제라도 꿀꺽 삼켜버릴 것 같았어요. 배의 문양 때문인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물은 부엉이였습니다. 부엉이를 이족 보행 생물로 바꾸었다는 인상이었네요. 우산을 선물받고 즐거워하다가 선물로 열매를 준 시점까지 가서야 무섭지 않게 느껴지더군요. 반대로 고양이 버스는 이걸 처음 본 중학교 시절에도 정말로 한 번 타 보고 싶었습니다. 폭신폭신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음악은 진짜 너무너무 좋습니다. 공부할 때 지브리 애니메이션 음악을 틀어놓고 할 때도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제일 좋은거 중 하나입니다. 클로징 음악인 '이웃의 토토로'는 왠지 입에도 잘 붙어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흥얼거리게 되네요. 처음 볼 때와 달리진 것은 그 당시에는 가사를 전혀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80%는 알아듣는다는 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