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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우주특공대 바이오맨(1984)

 이제는 특촬까지 손을 대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후뢰시맨, 바이오맨, 마스크맨, 이 세 작품은 저희 세대의 추억의 작품들을 이야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바이오맨을 가장 좋아하였습니다. 왜냐면 후뢰시맨과 마스크맨은 괴물들이 징그러워서 거부감이 있었지만, 바이오맨은 로봇이라서 괜찮았거든요. 나중에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오히려 얼굴이 갈라진 메카클론의 모습이 무서웠다는 말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건 순전히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보았으니 거의 30년 만에 보는데 무지 유치하면서도 그 시절은 저걸 엄청 좋아했었지.’ 생각이 들어서 그리워지더군요. 거실에서 어머니하고 동생하고 큰 이불을 셋이 함께 덮고 앉아서 같이 비디오를 보던 것은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한 추억 중의 하나입니다. 80년 대 작품이라서 지금 보면 완전히 옛날 감성인데다가 일본 배우들 연기나 발음이 어색한 부분이 많아서 더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나아지지만 초반부 그린 투의 딱딱한 연기나 핑크 파이브의 뭉개지는 발음은 좀 심했죠. 그리고 생각보다 가위질당한 부분이 많더군요. 오래전 바이오 로봇이 와서 바이오맨의 조상들에게 바이오 입자를 심는 장면도 일본 전통 복장이 나와서 삭제되는 등 왜색이 강한 부분이 삭제되는 것은 시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부녀자 납치를 연상하게 하는 장면도 전부 삭제되었더군요. 16화인 달려라 21599는 당시에도 앞뒤가 이어지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어린 시절 충격으로 다가왔던 옐로 포의 사망과 그로 인한 멤버 교체였는데 나중에 알게 된 내막은 더 놀랍더군요. 배우가 야반도주해서 한 화를 슈트와 목소리 비슷한 사람으로 땜빵하고 긴급하게 배우를 교체한 의도치 않은 사건이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이 작품은 좀 특이할 정도로 옐로 포를 밀어준다는 인상입니다. 사망 전이나, 사망 후나 이 정도면 사실상 주인공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야기에서나 액션에서나 활약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보통 이런 작품에서 리더이자 주인공인 레드는 정작 초반에 동물을 이용해서 정찰하는 장면이 조금 나오다가 후반부 시마다 박사가 나올 때까지 비중이 확 줄어들어서 존재감이 약합니다. 그리고 남자 셋, 여자 둘의 구성인데 작품 끝날 때까지 연애 요소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도 요즘 기준으로는 좀 신기하네요.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필살기 강화 이벤트였습니다. 사실 이런 작품에서 가장 가슴뛰는 이벤트가 되어야할 이벤트였는데 오히려 나오고 나서 예전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어군요. 바이오 로봇은 검을 빼면 제대로 된 무기가 없는 독특한 로봇입니다. 미사일과 슈퍼 미사일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검술로 상대를 제압하죠. 방패는 두 번인가 나온 거 같은데 나올 때마다 상대 무기에 두 동강이 나서 도움이 안 됩니다. 그나마 초반에는 다양한 검술로 상대를 쓰러뜨려서 단조롭다는 인상은 없었는데 후반에는 무조건 슈퍼 메이저 바이오 입자 베기만 써서 어린 시절에도 맨날 얻어맞다가 똑같은 기술만 써서 이긴다고 신경질 냈던 기억이 있네요. 비슷한 이유로 초반에는 다양한 필살기를 쓰다가 후반에는 맨날 슈퍼 일렉트론만 쓰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악역인 독타맨은 역시나 카리스마 있더군요. 다만 독타가 닥터라는 건 좀 실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제국 기어의 구호가 포 더 맨, 오브 더 맨, 바이 더 맨이었는데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이고 기어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오는 아이러니네요. 아마 제작진이 노린 것이겠죠. 실버는 어렸을 때는 진짜 멋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뭔가 허당인 이미지입니다. 결국 레드와의 1 대 1도 이기지 못했고요. 바르지온도 기대한 것에 비해서 결국 반바이오 입자 포만 쓰다가 당했고요. 그나저나 옐로 포는 몸에 자석이라도 있는지 저 총은 이상하게도 옐로 포를 쏠 때만 명중률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독타맨의 마지막과 슈이치와의 이야기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이오맨에서 정말 좋아하는 BGM입니다. 매번 노래가 좋다/음악이 좋다라는 말을 반복하게 되는데 제가 작품을 감상할 때 음악이 마음에 들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