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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유희왕 듀얼몬스터즈 GX(2004) - 1부(~26화)

 요즘 오랜만에 유희왕 카드 게임을 하면서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서 GX를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DM도 나쁘지 않았지만 배틀 시티 전까지는 효과 적용이 솔직히 엉망징창이어서 아예 다른 작품 같고, 여러 가지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제대로 된 카드 게임 애니메이션은 GX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 특히 초반부는 제가 유희와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지요.

 

 작품은 듀얼 아카데미아라는 듀얼리스트를 양성하는 학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신나간 설정이었지만 e 스포츠를 위한 아카데미 코스가 차례차례 도입되는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시대를 앞서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듀얼리스트를 현실의 프로게이머로 치환하면 여러 가지로 말이 됩니다. 특히 유희왕의 룰은 이리저리 꼬여있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해서 프로 선수가 있다면 정식으로 교육받을 필요가 있기도 하고요(일본에서도 심판하려면 시험을 치루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숙사가 강조되는 것은 당시 해리 포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던 시기였으므로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오시리스 레드=그리핀도르, 라 옐로우=레번클로, 오벨리스크 블루=슬리데린 정도? 여기서도 무시당하는 후플푸프는 안타깝네요. 보통 세븐 스타즈 편(~52화)을 1부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딱 절반인 26화를 기점으로 초반부와 후반부의 괴리가 심해집니다. 작품의 분위기는 물론 메인 악역도 바뀌기에 저는 26화까지를 1부로 생각합니다. 유우키 쥬다이의 듀얼 아카데미아 입학해서 그곳에서 지내면서 여러 사람들과 듀얼을 통해서 얽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어둠의 듀얼을 했던 한 번을 제외하면 목숨을 건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학원 내 강자들에게 차례차례 도전하는 학창물에 가까운 시기입니다. 메인 악역은 입학식 때부터 쥬다이를 못마땅해하는 크로노스 선생이고,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 쥬다이에게 계속 강자와 싸울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역으로 쥬다이의 성장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투희를 다루는 아스카, 쥬다이의 핵심인 융합을 봉쇄하는 지략을 보인 미사와 다이치, 사이버 드래곤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마루후지 료 등등과의 듀얼이 이어지고 해리 포터로 치면 말포이 포지션으로 나온 만죠메를 총력전 끝에 쓰러뜨린 것으로 1부가 종료하지요.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몬스터를 한 장 소환하고 턴을 종료하는 등 요즘 듀얼과도 좀 다르고, 그 외에도 듀얼 로그에서도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네요. 날개 크리보가 관통 데미지를 받지 않는 것은 아예 효과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융합 소환으로 밖에 특수 소환할 수 없는 플레임 윙맨을 죽은 자의 소생으로 살리겠다는 것 같은 기본적인 룰 오류부터 유희의 덱을 사용하는 녀석이 블랙 매지션으로 공격 후 속공 마법으로 추가 공격을 날릴 수 있는데도 처음 공격을 포기하는 플레잉 미스까지 여러 가지 걸리는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사소하게 여겨질 정도로 멋진 장면이 많습니다. 1화에 마천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플레임 윙맨은 아직까지도 이 작품을 상징하지요. 그 밖에 캐릭터마다 자신을 상징하는 카드군을 사용하는 것으로 개성이 더 잘 드러납니다. 이전까지처럼 곤충족이나 공룡족 같은 종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컨셉으로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카드군의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카드 게임을 하고 싶어진다는 의미에서는 유희왕 최고의 애니메이션은 전 GX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