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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SSSS.GRIDMAN(2018)

 

 '전광초인 그리드 맨'이라고 하면 이 작품 전까지는 당연히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슈퍼휴먼 사무라이 사이버 스쿼드'라고 하면 그 와패니즘이 뚝뚝 떨어지는 이름은 도대체 뭐냐고 비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SBS에서 본 컴퓨터 특공대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고, 그 작품의 애니메이션 버전이 나왔다고 해서 언젠가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죠. 마침 로봇 좋아하는 후배로부터 추천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것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왠지 손이 잘 안 갔는데 이번에 코로나로 드러누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보니 라프텔을 결제해서 이 작품이나 감상하였습니다.

 

 보고 난 감상을 요약하면 정말로 예산과 시간이 부족한 작품이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도 탄탄하고, 캐릭터도 매력있으며, 메시지도 간결하면서도 명확하였습니다.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한 뼈대를 튼실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앙상합니다. 살이 붙어야 할 곳에 살이 붙어있지 않습니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는 딱 보여주어야 할 부분만 후다닥 보여주고 끝낸다는 느낌이라 사무적이라는 인상마저 받았습니다. 거기에 꽤나 독특한 작품 전개와는 달리 액션 장면에서는 너무나도 진부한 모습만을 보여주었고요.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요리처럼 작품에도 뜸을 들여야 할 순간이 있고, 간이 배길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등장인물을 받아들이고, 고운 정, 미운 정이 들고, 이렇게 점점 아군이 강해지는 작품에서는 다음 화에는 뭐가 나올까, 이번 화 좀 위험해 보이는데 최종 형태가 드디어 나오는 거 아닌가 기대하고 아쉬워하는 그런 시간이 시청하는 시청자에게도 필요합니다. 그런 감정이 숙성되기에는 12화는 너무 짧은 느낌입니다. 이게 정말 크게 지원을 받아서 52화, 못해도 40화 정도까지만 되었어도 굉장히 멋진 작품이 되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쉽네요.

 

 그래도 정말로 좋은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주인공 쪽 이야기가 좀 급하고 미완성이란 느낌과 달리 안티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옛날 특촬물에서 여러 화에 나누어져있던 악역이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성장하여 주인공의 믿음직한 동료가 되는 과정을 하나로 묶어낸 느낌이었습니다. 이거 후속작도 계속 나오는 거 같은데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풍성한 볼륨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