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창세기전 외전 - 서풍의 광시곡(1) (1998)

1.

뭔가 글을 올리면서 감회가 새롭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블로그에 올리는 감상문 중에서 정말로 인생 작품이라고 할 만한건 거의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도 후르츠바스켓 정도만 감상문을 썼지 '그남자 그여자'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같은건 전혀 쓰지 않았고

게임에서도 제 중학교 시기를 상징한다고 해도 무방할 창세기전 시리즈에 대해서는 전혀 올리지 않았으니까요.

 

정말로 잘 쓰고 싶다는 작품들이고 그만큼 선뜻 손을 대기 부담스러운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제가 느낀 것들을 글로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들고요.

 

2.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저는 서풍부터는 고등학교 입학 전에 했지만 창세기전 2는 나중에 KAIST 합격하고 나서 집에서는 쉬는 동안 플레이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느낌이 좀 다릅니다. 흑태자나 칼스나 이런 인물들은 약간 설정에만 존재하는 인물 같지 친숙하지가 않아요.

창세기전 1은 사실 어지간한 창세기전 팬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작품이라서 저는 체감상 이 작품이 창세기전의 시작이라는 느낌입니다.

 

사실 나올 당시에 그래픽으로 찬사받았던 작품이라서 이 작품을 먼저하면 창세기전 2는 손이 잘 안 가기도 합니다.

후속작 템페스트가 버그로 유명하긴 하지만 창세기전 2도 만만치 않은 버그투성이 게임이기도 하고요.

 

3.

이야기는 창세기전 2 이후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간과 신들의 전면전이었던 창세전쟁의 진실은 종교의 붕괴와 그로 인한 혼란을 우려한 자들에 의해

암흑신의 화신인 베라딘에 의한 동란으로 축소, 은폐되게 되고 관련 자료를 연구하는 것조차 금지되게 됩니다.

이로서 팬드래건 왕국을 포함한 실버애로우 연합 소속 국가들은 안정을 찾게 되지만

강력한 지도자인 흑태자의 상실과 황가의 붕괴에 종교의 붕괴까지 겹친 게이시르 제국은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연합은 제국을 작은 영지들로 분할 통치하게 되고 암흑신 신앙을 대신하여 주신교가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나 동방 항로를 통해서 바다 건너 투르 제국의 침공에 종교 국가 아스타니아가 점령당하고

실버애로우의 수장이자 최강국 팬드래건조차 아스타니아에서 지리한 소모전에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그 결과 대륙 동부는 완벽한 힘의 공백지대가 되어버렸고 목줄이 풀린 영주들의 횡포로 제국 전역에 암흑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제국령 유일한 추기경인 체사레 보르자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자신이 제국의 지배자가 되고자 하였고

교회의 권위를 이용하고 반대세력을 악마숭배 혐의로 몰아서 숙청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불려나갔습니다.

 

창세전쟁의 공신인 번스타인 가의 후손으로 대귀족이자 제국 학술원의 학자인 시라노는

체사레의 딸 메르세데스와 사랑하는 사이로 약혼까지 한 사이로 앞날이 보장된 젊은이였죠.

그러나 번스타인 가를 숙청하기 위해서, 그리고 연구과정에서 진실에 너무 접근한 시라노를 배제하기 위한 음모에 말려들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결코 살아돌아올 수 없다는 인페르노 감옥에 투옥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낙반 사고로 유황굴을 헤메는 도중 그 안에 봉인된 데이모스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암흑혈을 전수받게 됩니다.

그리고 교회와 영주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자들이 뭉친 단체인 제피르 팰컨이 마침내 인페르노 파옥 사태를 일으키게 되고

로베르트 데 메디치의 호의에 의해서 감옥에서 탈출하게 된 시라노는 폭풍도로 가서 이올린에게 사사받고 

흑태자의 마지막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아수라를 폭풍도 정상에서 뽑는데 성공합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힘을 얻은 시라노는 자신을 지옥에 떨어뜨린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것이 배경 설정과 첫번째 CD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네, 설정집 같은거 없이 암기로만으로 아직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을만큼 창세기전에 빠져살았었죠.

 

4.

다시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 게임 참 무협지 감성이 철철 넘칩니다.

지옥 밑바닥에서 기연을 만나 내공을 전수받고, 세상을 등진 고수에게 사사받고, 비보를 얻는다. 무협지의 클리셰 아닙니까?

첫번째 동료...라기보다는 부하인 실버도 저렇게 얻게 되었죠.

나를 이기면 평생 따르는 무인이라거나, 나를 이기면 평생 모시겠다는 여자같은 것도 무협지에서 흔하죠.

 

5.

이것도 예전에 구입하고서 동생이 잃어버린 CD 중에 하나이지만 이건 그래도 동생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어차피 CD가 있어도 실행을 못하는 게임이거든요.

당시 소프트맥스가 코딩을 엉성하게 해서 CD 드라이브가 정확히 D가 아니면 실행도 안되고 Alt-Tab도 안 먹습니다.

무엇보다 제 기억에 윈도우 XP에서도 제대로 실행히 안돼서 다시 하려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CD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개조버전을 구해서 게임을 즐겼을테니 별로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윈도우 98시절에도 CD 교체할 때 다운되는 일이 많아서 거의 기도하는 마음올 하곤 했죠.

이번에 플레이하면서 1번 CD가 끝난 다음 바로 카나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6.

첫번째 포스팅의 마무리는 시라노의 프로필입니다.

서풍의 광시곡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주인공인 시라노 번스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 집에서 처음 봤을 때뿌터 끝내주게 멋있었습니다. 하얗게 센 머리에 보랏빛 눈동자의 복수귀.

언제나 과묵하여 필요없는 말을 하지 않고 어떠한 원한도 잊지 않고 어떠한 은혜도 잊지 않는다. 얼마나 멋있습니까.

특히 흑태자의 유품인 회색 망토를 이올린에게 받고 휘날리는 장면은 가슴이 찌릿하더군요.

일본판이 아무리 개선점이 많다고 하여도 저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이상 플레이할 마음이 없습니다.

참고로 시작 나이가 34세로 일본 팬들에게 30대에 RPG 주인공을 하는 대단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창세기전 외전 - 서풍의 광시곡(2) (1998)

1. 현재 진행한 스토리를 요약하면 사이럽스에서 실버를 동료로 맞이한 시라노는 트리시스 사막을 넘어 카라카스 숲에 도착한다. 도착한 그들이 보게 된 것은 군 부대에게 한 소녀가 포위되어 ��

extremenormal.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