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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파랜드 택틱스 1(1996)

원래 순서라면 파랜드 택틱스 1을 먼저 하고서 2를 하는게 자연스러운 순서였을 것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먼저 플레이 한 것도 이 게임이었고 2를 빌려준 친구가 같이 빌려주었기도 하고요.

순서가 바뀐 이유는 2는 어찌어찌 최신 윈도우 환경에서 기동이 되었는데 1은 기동방법을 찾지 못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1을 구동시키는 방법을 찾아서 이번 기회에 엔딩까지 한 걸음에 내달렸습니다.

 

엔딩까지 다 클리어한 감상은 1보다는 2가 훨씬 좋은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시스템은 둘 다 동일합니다. 사실 두 게임 발매주기가 1년이라서 큰 변화를 주기 힘들기도 하였고요.

 

문제가 뭐냐면 이 게임의 방향성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아쉽겠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고 웃을 수 있는 게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게임을 빌려준 친구도 이 게임을 웃긴 게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스토리가 너무 어둡습니다. 사람이 많이 죽을 뿐 아니라 주인공 일행과 연관된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요.

팜의 부모님을 비롯한 성안의 사람들, 브라이언의 자식 내외이자 카린의 부모님,

아비도 레온과 리안의 아버지이고, 루시아는 마시아의 친우, 건트와 카이저는 리안에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분명히 게임은 계속 웃으라고 하는데 플레이 하는 저는 웃기가 불편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잘 버무렸다는 어두운 이야기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평을 내릴 수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구멍투성이입니다.

보통 어지간하면 제가 플레이한 게임의 스토리라인을 외우는 이 게임은 이상할 정도로 이야기가 기억이 안 났거든요.

기억하는 내용이 아비가 레온과 리안의 아버지고 발가에게 살해당했고, 괴물로 부활해 최종보스가 되었다 정도였습니다.

똑같이 플레이한 2는 거의 모든 이벤트를 외웠던 것에 비하면 천지차이이지요.

그리고 다시 플레이하면서 읽어보니 그냥 기억할만한 가치가 없어서 기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부한데 개연성도 부족합니다. 거의 스토리에 할 수 있는 최악의 평가 중 하나인데 이 작품에 어울리는거 같습니다.

팜이 누명을 쓰는 장면에서 마족의 총사령관이 자기가 호출한 공주에게 암살당했다고 생각하는 마족들을 보면서

머릿 속에서 조류나 어류와 지능 수준을 비교하는 단어들이 스쳐지나갔고

그 다음 사천왕들의 말은 요약하면 어차피 인간들과 마족은 공생할 수 없다는 어설픈 자기합리화더군요.

 

이 장면에서 놀란 것이 지금과 달리 저 시절에 목욕 씬은 은근히 임팩트 있어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 목욕 씬이 있었던 것 자체가 제 기억에 없었거든요. 정말로 어지간히 게임이 인상이 옅었나봅니다.

 

그나마 엔딩은 예쁘게 뽑였습니다.

사실 처음 플레이할 때 머리카락 색도 미묘하게 다르고 눈동자 색도 바뀌어서 리안인지 못 알아봤었습니다.(...)

 

게임은 2보다도 전체적으로 아군이 강한데 맵은 더 껄끄러워서 결국 이동력 좋은 캐릭터가 손에 가더군요.

전투가 정리될 때 쯤에야 전장에 도착하는 브라이언은 사실상 버려졌고(새크리파이스까지만 육성)

이동력 좋은 랄프와 마시아, 원거리에서 데미지를 넣는 오필리아와 카린을 주력으로 육성하였습니다.

리안은 음... 너무나도 성능이 떨어져서 대기만성형 캐릭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육성하다가 피눈물 흘린 추억이 있습니다.

이번 플레이에서는 괜찮은 이동력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주으러다니거나 아군에게 아이템을 써주는 용도로 활용하였습니다.

 

파랜드 시리즈 후속작이 더 있다고는 하지만 이 두 작품 외에는 저에게 추억의 작품도 아니고

지금 와서 굳이 플레이할만큼 재미있는 시리즈냐고 하면 좀 애매해서 아마 다른 작품은 손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블로그에서 파랜드 시리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