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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창세기전 외전 - 템페스트(4) (1998)

여러 가지 변명을 하긴 했지만 템페스트는 버그가 많고 실행과정에서 오류가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당연히 게임을 구입한 유저는 이에 비판을 가할 수 있고 소프트맥스는 그 책임을 져야 하지요.

그 부분은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이니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고 제가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게임으로서의 템페스트였습니다.

전부터 제가 하던 말이 템페스트는 리메이크도 필요없고 튕기는 버그만 수정해서 팔면 돈 주고 사고 싶다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고전게임을 윈도우 10에서 구동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블로그에서 받았더니 엔딩까지 한 번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진지하게 그 블로그 주인장에게 1만원 정도는 후원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버그에서 자유로운 템페스트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플레이하면서 버그 이야기가 없는게 굳이 적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덕분에 버그를 제외한 템페스트를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게임을 평가하는 거의 절대적인 기준은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가?' 입니다.

저걸 만족하면 어지간하면 호평을 하지만, 반대로 게임을 하면서 지루하다,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악평을 합니다.

다키스트 던전을 할 때도 이게 장점이 많은 게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돈과 가보를 모으러 똑같은 던전을 반복 플레이를 하는 중반부가 정말정말 지루하였기에 저는 호평을 안합니다.

 

그렇게 나이 들어서 다시 잡은 이 게임에 대한 감상은 명작은 아니어도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는 평작이었습니다.

뭐, 어디서 말하는 것처럼 게임의 기본을 갖추지 못하거나 창세기전에 먹칠을 한 작품까지는 아닙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1장, 2장 CD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평작 이상의 RPG 게임이었습니다.
4장 CD가 통채로 엔딩이라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당시 거대 메카가 치고 받는 장면을 풀 3D 동영상으로 넣은 것은 기념비적입니다.

솔직히 지금 보면 별로지만 당시에 저 그래픽으로 싸우는 영상은 꽤나 대단한거 맞습니다.
반복해서 볼 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 보는게 시간이 아까울 정도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3장 CD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승전결에 있어서의 '전', 게임 플레이의 클라이막스를 담당해야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이 너무 성의없이 만들었습니다.
세이브도 할 수 없이 9개나 10개의 전투를 연속으로 치루어야 하는 게임 구조는 누구 머리 속에 나왔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스토리 적으로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부분,
불타는 팬드래건 성에서 국왕 전용 마장기 아론다이트를 타고 나온 리처드를 상대하는 부분인데
이미 8개의 전투를 치루고 와서 지칠대로 지친 플레이어는 그냥 이거 언제 끝나냐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거기에 시스템 적으로 불안한 게임이라 이쯤오면 제발 튕기지 말아 주세요라고 빌어야 하고요.
이에 대한 대책으로 1.03 패치에 들어있는게 전투를 즉시 클리어하는 치트이니 이건 욕 먹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종적인 평가가 평작보다 조금 나은 작품에서 평작이거나 평작에 살짝 못 미치는 되었습니다.

 

설정 충돌 문제는 좀 중립적인 편입니다.

원래 설정 놀이가 잘 맞물리지 않는 설정을 어떻게든 끼워맞추는게 기본인데 이상하게 설정 오류라고 주장하는게 많아요.

사실 천사복 설정도 그렇게 문제가 되는 설정이 아닙니다.

당장 창세기전 3만 되어도 마장기가 발전한 만큼 대(對)마장기 전술도 발전하여서

마법사들이 마장기를 먹통으로 만드는 전자 필드를 만들어내는 시대인데 순식간에 무방비로 떨어지는 천사복이 도태되어도 이상하지 않죠.

 

사실 이번에 글 쓰면서 창세기전 관련 인터넷 글들을 찾아보면 느낀게

20년 전 완결이 난 게임이어서 팬들은 이미 즐길만큼 즐기고 떠나고 국산 게임 까는 안티들이나 붙잡고 있는거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람 성향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여지가 있지만 이 시리즈는 좀 심한거 같아요.

 

덤으로 이번에 템페스트를 하면서 과연 누구랑 이어지는게 정사일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원래 생각은 메리였습니다. 왜냐면 필립과 존, 그러니 살라딘과 버몬트 대공의 누나임에도 창세기전 3에서 언급이 없다는 점 때문에요.

샤른호스트와 이어졌다는 것은 곧 템페스트에서 사망했다는 뜻이니 등장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죠.

그런데 최근 소프트맥스가 큼지막한 설정 두 개를 풀었는데

하나는 앤 밀레니엄의 정체가 실종된 헨리 왕의 딸인 클레어 팬드래건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십인중 중의 핵심으로 묘사되었으면서도 앤 루트에만 등장하고 사라진 티온의 정체가 12주신인 오브스쿠라라는 것입니다.

저 정도의 비중이면 제작진이 앤이 정식 히로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도 메리는 치이는 건가요. 일러스트도 지금보다 폐기된 옛날 버전이 훨씬 이쁘던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