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소/캐릭터 단상

캐릭터 단상(7) - 레너드와 페니 from The Big Bang Theory

저에게 드라마 빅뱅 이론의 단점을 꼽으라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레너드와 페니 커플에 대해서입니다.

이미 빅뱅 이론 감상글을 적을 때 저 둘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를 빼먹은 점이 없을 정도이죠.

그래서 이 정도면 한 번 정리해서 적는게 나을 것 같아서 한 번 글을 올려봅니다.

 

빅뱅 이론은 레너드와 셸든의 옆집에 페니가 이사오고, 금발 미녀 페니에 레너드가 한 눈에 반하면서 시작합니다.

어리고 철 없어서 가볍고 즉흥적인 관계만을 가지던 그녀에게 진솔하고 성실한 사랑을 하는 레너드는 새롭게 다가옵니다.

너드인 레너드는 금발 미녀인 페니가 자신을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페니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합니다.

이 둘은 시즌 1 마지막 화에서 첫 데이트를 하게 되고, 점점 친밀해져서 시즌 3 첫 화에서 연인 관계가 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연인 관계는 서로에 대한 컴플렉스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레너드는 미녀인 페니가 언제라도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페니 역시 자신이 똑똑한 레너드에게 어울리는지 불안해합니다.

결국 윌 위튼의 말이 계기가 되어서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이 둘은 전혀 비판할 것이 없습니다. 실제로 이 둘은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를 작품을 끌고 나가는 주 동력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이 둘의 관계가 여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둘이 다시 연인이 되어도, 약혼을 하여도, 그리고 결혼을 하여도 저 컴플렉스는 계속 발목을 잡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지지부진해지자, 극 전체가 방향성을 잃고 헤매기 시작합니다.

결국 견뎌내기 힘든 수준이었던 시즌 7과 시즌 8 이후 이들의 비중이 대폭 줄어들면서야 작품은 다시 앞으로 나가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초반에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우는 풋풋하고 귀여운 커플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베테랑 부부가 된 하워드와 버나뎃은 물론 셸든과 에이미도 슬슬 원숙미를 보이는 시점에서 저 둘은 아직도 철 없습니다.

단순히 답답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로서 작품의 주인공인 둘이 잘 되기를 응원하는 것이 심정적으로 버겁습니다.

10년 넘게 사귀었으면서도 서로서로를 믿어주기보다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계속 나오면

이 둘은 갈라지는게 서로에게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처음에는 애정을 받는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애정을 베푸는데는 인색한 페니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셸든이 레너드의 곁을 떠나 에이미와 함께 하면서 인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레너드의 잘못도 만만치 않네요.

매번 나는 착하니 참을 수 있다고 하면서 뒤돌아서 불만을 토로하는 캐릭터는 자신도 주변 사람도 성장하기 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