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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코로나 감염 일지

코로나 확진되었습니다

 일요일 자정 즈음, 정확히는 11시 정도였습니다. 흘러가는 일요일을 슬퍼하며 그래도 아직 남은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다음날은 재택 교육이라서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컴퓨터 앞에 앉기만 하면 되기에 평소보다 좀 더 여유가 있기도 하였고요. 그런데 그 순간 척추를 따라 한기가 흐르더니 뭔가 스위치가 눌린 것처럼 오한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반사적으로 주저앉아 온몸을 동그랗게 말았습니다. 이런 일은 겪어본 적이 없기에 놀라움을 넘어서 공포까지 느껴지더군요. 게임을 더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비척비척 침대까지 걸어가서 푹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전기장판을 틀고 이불을 온몸에 둘둘 감았습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밤에 자다가 더워서 이불을 차는 게 문제였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하였는데도 밤새 추워서 제대로 잠들지 못했습니다. 집 바로 옆에 약국이 있어서 굳이 상비약을 챙겨놓지 않았는데 밤새도록 오한에 고통받으니 힘들더군요.

 

 다음 날 아침 억지로 몸을 움직여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열은 38도가 넘었지만 재택 교육 기간이라 컴퓨터 앞에서 앉아만 있으면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든 말든 수강으로 인정되고, 수강으로 인정 안되면 나중에 다시 이틀을 재택으로 빼야 하는데 매일같이 해야 할 일은 쌓이는데 이틀간 회사 일을 못 하는 것은 부담이거든요. 자가검진키트로는 음성이 나왔으니 몸이 좀 안 좋아도 집에 있는 동안 어떻게든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의자에 축 늘어져서 눈을 뜨고 버티는 것에 온 힘을 다하고 정말로 못 버틸 거 같으면 적당히 눈치껏 강의 중에 나가서 10분씩 침대에 누워있다 오고 그랬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최대한 빨리 식사한 후에 한숨 자기도 했고요. 온몸이 무거워서 알람 아니었으면 못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약국에 가서 기본적인 해열제와 몸살 약은 타 와서 먹으니 밤보다는 나아졌고, 이렇게 버티다 보면 낫겠지 싶었지요. 그날 저녁은 자면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11시에 바로 심연 같은 잠에 들었습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소리가 완전히 쉬었고, 기침까지 콜록콜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콧물도 나오고 열도 체온계로 측정하니 다시 38도가 나왔습니다. 제가 하는 자가검진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고, 거기에 수업을 다 듣고 시험까지 치면 오후 6시인데 수요일 아침까지 이 상태로 견딜 수가 없어서 담당자와 통화해서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담당자도 저 말고 증상 발현으로 검사받으러 가는 사람이 꽤 있다고 사정을 이해해주더군요. 오전 11시경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접수하는 간호원 얼굴이 이 정도면 빼도 박도 못하게 코로나인데 굳이 검사해야 하나 싶은 표정이더군요. 그리고 검사 결과 바로 양성이 나왔습니다. 약을 달라고는 했는데 양성 환자는 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해서 일단 귀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처방전을 주지 않더군요. 당황스러운 게 당장 약은커녕, 먹을 식재료조차 없는데 격리하면 죽으라는 얘기 아닌가 싶어서 집에 가는 길에 빵집에서 빵을 사고, 약국에서 타이레놀과 몸살약, 코감기약, 목감기약을 사서 돌아갔습니다. 약국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빵집에서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빵을 집은 다음 카드를 내밀었으니 그래도 제 나름대로 최선은 다했습니다. 교육 담당자와 회사 관리팀, 그리고 상사에게 연락해서 확진 사실을 전하고 빵을 입에 욱여넣은 다음 약을 먹고 침대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로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로 1주일의 격리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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