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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코로나 감염 일지

코로나 확진 1일차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는 확진자들이 받는 1주일 격리나 내심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갔다는 사람도 많았고, 좀 아파보았자 2,3일 정도만 고생하면 남은 격리을 여가 시간처럼 활용하여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현재로서는 완전히 오산입니다. 별로 아프지 않다고 주장하던 여러 기관이나 주변 사람들이 다 거짓말쟁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이 고통스럽습니다. 약을 먹은 직후에는 그래도 좀 버틸만한데 약 기운이 떨어져서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무기력증이 온몸을 잠식하고 근육통까지 겹쳐서 정말로 꼼짝할 수가 없어서 침대에 들어가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쉬는 것밖에 답이 없습니다.

 

 몸이 조금이라도 괜찮은 동안에는 식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혼자서 살고 있고 아파서 누워있으면 그 누구도 식사를 차려주지 않습니다. 전날인 월요일 저녁에 나가서 식사하려고 했는데,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도 온몸이 아프고 숨이 차서 눈앞에 보이는 가게에서 파는 타코야키나 사서 바로 돌아와야 했을 정도였거든요.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뭔가를 조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낮에 눈을 뜨자마자 쿠팡에 접속해서 가볍게 조리하거나 아예 조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나는 대로 주문하였습니다. 누군가는 돈은 목숨보다 소중하다고 주장하지만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이 들어 정말 닥치는 대로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고 나니 목이 너무 아파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습니다. 여기 이사 와서 한 번도 음식을 주문해서 먹은 적이 없었는데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더군요. 설빙이 검색되어서 찾아보니 팥빙수뿐 아니라 떡볶이도 팔더군요. 점심에도 빵을 먹었는데 저녁에도 냉장고에 던져놓은 차가운 빵을 또 먹을 생각은 들지 않아서 팥빙수와 같이 로제 떡볶이도 주문했습니다. 다행히 전에 사놓고 괜히 샀다고 후회한 오뚜기밥이 찬장 속에 남아 있어서 끓는 물에 데워서 떡볶이와 함께 저녁 식사로 먹었습니다. 맛은 뭐, 내 입맛이 없는 건지, 맛이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따뜻한 음식과 칼로리에 몸이 기뻐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식사 후 약을 먹고 다시 한숨 잔 후에 일어나서 병원에서 준 서류를 읽어보았습니다. 그때 바로 처방전을 주지 않고 자가 격리 후 비대면 진료니, 뭐니 열심히 떠들던데, 그 말을 듣고 있을 만한 정신이 아니어서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그 내용이 적혀있는 서류도 같이 주었으니 내일 아침에는 이대로 연락해서 약을 한 번 받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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