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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코로나 감염 일지

코로나 확진 4,5일차

 지난 이틀간 몸 상태는 계속 나아지고 있습니다. 열은 그 이후로 더는 오르지 않았고, 드라마에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심한 기침을 할 때 있지만, 그래도 가슴에 종처럼 울리는 통증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목이 부은 것도 쉰 목소리가 신경 쓰일 정도지 숨쉬기가 괴로운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아파서 쉬고 있고, 실제로도 나아졌다 뿐이지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인데, 다 나았다는 소리를 안 듣게 해주는 건 고맙기도 합니다. 아프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힘든데 그런 말을 들으면 상처받을 거 같거든요. 자꾸 뭔가를 하고 싶은 스스로에게도 좋든 싫든 아직은 환자라는 자각하게 하고요. 지금 몸 상태는 얼마 전에 갈아치운, 오래되어 배터리가 방전된 갤럭시 S8 같습니다. 누워서 푹 쉬면 몸이 가볍고 병마도 다 털어낸 것 같은데, 1시간 정도만 무언가를 하면 힘들고 몸이 처지기 시작하고, 여기서 좀 더 버텨보려고 하면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몸에서 더는 에너지가 없다는 신호가 울트라맨 타이머처럼 울려댑니다. 그러면 다시 침대에 누워서 다시 체력을 회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라는 건 신기하고 그러면서도 간사한 생물입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니 바로 그다음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아플 때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는데 매일 먹는 라면과 죽이 질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근데 그렇다고 제가 제대로 된 요리를 할 몸 상태도, 집에 조리기구가 갖춰진 상태도 아니라서 고민을 하다가 어디서 본 광고가 떠오르더군요. ‘장인라면이라고 했나, 광고를 봤을 때는 집에서 끓여 먹는 라면에 개당 2,000원을 주는 게 맞나 싶었는데 그래도 이럴 때 생각이 나더군요. 먹어본 감상은 돈값은 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가격에 신라면과 이거면 그래도 망설이지 않고 이쪽을 선택할만한 맛은 됩니다. 가격을 고려해도 가끔은 사 먹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죽은 전복죽으로 바꾸었는데 솔직히 전에 먹던 누룽지 닭죽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목이 아픈 것은 둘째치고, 죽 먹고 밤에 배고플 때 먹을 간식이 필요해서 추가했습니다. 머리는 계속 뿌예서 안 쓰다 보며 깡통이 될 것 같아서 대수학 책을 읽으려고 시도는 하는데 쉽지 않네요. 차라리 만화를 읽고 게임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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