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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코로나 감염 일지

코로나 확진 3일차

 타이레놀 같은 시판약이 제대로 듣지 않아서 어제 걱정을 좀 했습니다. 비대면 진료할 때, 의사도 이 약 먹고도 열이 내리지 않으면 입원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였고요. 그래도 조제약이니 좀 낫겠다고 생각하고 먹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좀 더 일찍 먹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였습니다. 두 번만 먹었지만, 확실히 낫고 있다는 체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체온계로 재어보니 역시나 열이 완전히 내렸고, 오한과 근육통으로 꼼짝도 못 하게 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한 것이 농담이긴 하여도 그 안에 한 조각 불안이 숨어있었는데 진짜로 이제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고비를 넘기니 슬슬 좀이 쑤시기도 하고,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여서 조금씩 움직이면서 제 페이스를 찾으려고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쉽지 않네요. 가볍게 실내 바이크를 돌려보았더니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숨이 차고, 무엇보다 운동하면서 흘리는 기분 좋은 땀이 아닌 식은땀이 나기 시작해서 바로 그만두었고, 그러면 몸을 쓰지 않는 활동을 해보려고 대수학 책을 읽어보았는데 이것도 한 10분이 넘어가니 힘들어서 못 하겠더군요. 그뿐 아니라 머릿속은 멍하고, 손끝의 감각은 둔하며, 정리 정돈이나 식사 준비, 설거지를 하는 과정에서 자꾸 어딘가 부딪히거나 무언가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아직은 몸에 시동이 잘 안 걸리고 무리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금세 퍼진다는 느낌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힘이 날까 생각이 들어서 저녁은 큰맘 먹고 시켜먹었습니다. 여기저기 아프기는 하지만 입맛도 있고 소화만은 잘되어서 죽만으로는 모자라는 느낌이어서 고기를 시켰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고, 설거지하는 품을 생각하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이 남으니 부모님도, 친구들도, 여자친구와도 자주 연락하고 있습니다. 다들 가만히 누워서 쉬라고 타박을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뭔가 죄책감이 들어서 하다못해 청소라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그러면 더 늦게 낫는다고 여자친구에게 한 소리 들었습니다. 지방에서 공무원하고 있는 동기도 마침 코로나에 걸려서 저와 같이 격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보다는 증세가 덜한 것 같은데, 그래도 누워서 쉴 수 있는 저와는 달리 방에서 꾸역꾸역 재택근무를 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휴가를 준 회사에 감사하며 내일부터는 누워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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