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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코로나 감염 일지

코로나 확진 2일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열을 재었습니다. 체온계를 확인하니 여전히 37.5도이더군요. 약을 먹어도 잠시 괜찮아질 뿐 일요일 밤부터 계속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우선 전날에 주문한 식재료를 전부 집안에 들여놓았습니다. 온몸이 무거워서 만사가 귀찮았지만 로켓 프레쉬는 10시에 가방을 찾아가는데 제가 9시 반에 일어나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더군요.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바나나와 우유는 포장을 뜯고 바로 아침 식사로 먹었습니다. 그다음에 레토르트 닭죽과 같이 먹을 장조림, 그리고 라면을 박스 포장을 풀고 정리하였습니다. 이 단순한 작업도 몸이 무거우니 생각대로 되지 않더군요. 먹거리들을 정리하니 벌써 기진맥진했습니다. 쌓여있는 포장 쓰레기를 보니 저것도 골치가 아프더군요.

 

 그다음에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몸이 좋지 않으면 귀가해서 바로 신청하라고 했지만, 어제는 그저 눕고 싶고, 자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어서 병원을 찾아서 연락할 엄두를 못 내겠더라고요. 열이 계속 내리지 않아서 혹시라도 더 악화되기 전에 제대로 된 약이 필요할 것 같아서 더 늦기 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바로바로 연결되지 않더군요. 다들 신청자가 많아서 오늘은 곤란하다고 하고, 간신히 연결된 병원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로 딱 2시간 후에 연락이 와서 진료를 보고 약은 대리인이 찾아가라고 하던데 저는 혼자 살아서 대신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퀵 서비스를 이용하였습니다. 어제부터 이것저것 세는 돈이 뼈아프긴 한데 아낄 상황이 아니더라고요. 라면을 끓여서 점심으로 먹고 있으니 약이 도착했습니다. 인터폰으로 건물 비밀번호를 묻는데 계속 입력하는 법을 틀려서 결국 1층까지 가서 약을 받아와야 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방 밖으로 나오면 안 되지만 사람이 살아야 원칙도 있는 거니까요. 아까 진단부터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서 벌금 먹이려면 먹이라는 마음도 좀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약을 먹고 누우니 문자 그대로 의식이 날아가버리더군요. 잠이 온다 그런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의식이 땅 속으로 꺼지는 느낌. 땀범벅이 되고, 악몽에 시달리다가 눈을 뜨니 4시간이 훌쩍 지나있더군요.

 

 그 후에는 그래도 훨씬 나았습니다. 전까지는 정말로 몸을 움직인다기보다는 통나무를 끌고 다니는 느낌이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어서 택배 상자와 포장으로 엉망진창이 된 집을 좀 정리하고 저녁으로 포장된 죽을 냄비로 옮겨서 데워먹었습니다. 공간도 애매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불필요한 짐이 될 거 같아서 전자레인지를 사지 않았는데 이때만큼은 아쉽더라고요. 이사하고 나면 전자레인지 정도는 무조건 마련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화장실에 눌러앉아서 배에 든 것을 한참을 쏟아냈습니다. 월요일부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화장실을 가지 못했는데, 그래도 몸이 나아졌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내일부터는 그래도 몸이 좀 괜찮아져서 뭔가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또 약을 먹어야겠네요. 처방전에는 저녁 식사 후에 바로 먹으라고 되어있는데 먹었다 하면 의식을 잃으니 차마 못 먹고 있었습니다. 복용 후 눈을 뜨면 내일 아침이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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