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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크로노 트리거(1995) - (12) 마무리

1.

 두 번째 추가 콘텐츠인 차원의 뒤틀림과 추가 엔딩인 꿈이 끝날 때는 예상대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심지어 둘은 크로노 트리거 팬을 위한 콘텐츠조차 아니었습니다. 크로노 트리거 팬 중에서 크로노 크로스가 마뜩잖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굳이 집어넣어야 했나 싶습니다.

 

 차원의 뒤틀림은 게임을 한 번 이상 클리어한 후에 나오는 고대, 현대, 미래에 각각 하나씩 생성되는 세 개의 특수한 게이트로 들어가면 됩니다. 실버드가 비행 능력을 갖춘 후에야 들어갈 수 있어서 사실상 2회차 엔딩 직전에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무작위로 나오는 기존 맵과 전용 맵을 돌파한 후에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아군 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보스를 격파하면 됩니다. 고대에는 마를, 현대에는 크로노, 미래에는 마를이 기다리고 있고 보스를 격파하면 해당 캐릭터의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사실 이 부분도 설계 오류를 느끼는데 게임 구조상 차원의 뒤틀림을 클리어하는 시점에는 대부분 능력치가 최대치에 도달하여 명중률 상승 정도를 제외하면 혜택을 받기 힘듭니다. 그나마 전용 맵에서 성능이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어서 캐릭터가 강해지긴 합니다.

 

현대 차원의 뒤틀림 던전에서 중간 보스로 나오는 돌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네요. 저 내용도 크로노 크로스 관련 내용입니다. 뭐 속은 밴댕이마냥 좁고, 군사적으로는 무능해도 행정관료로서는 유능했나 봅니다.

 

차원의 뒤틀림을 전부 클리어하면 양동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말을 노인에게서 듣게 됩니다. 이 때, 양동이에 들어가면 혼자서 라보스를 쓰러뜨린 마왕이 나오고, 잠시 후 라보스를 넘어서는 최악의 적이 나타나게 됩니다. 바로 사라와 융합한 라보스인데 일반 라보스보다 훨씬 강력하고 전투로 일정량 이상의 피해를 입히면 이길 수 있는 적이 아니라고 뜨면서 전투가 강제로 종료됩니다.

 

사라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마왕은 기억을 포함한 모든 것을 버리게 됩니다. 이것이 엔딩 No 13. 꿈이 끝날 때입니다.

 

2.

 제가 크로노 트리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빠른 전개와 지루하지 전투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바탕에 깔려있는 사상, 선한 의도를 가진 친구들의 힘을 모아서 미래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낼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특히 우리 자신이 별이 꾸는 마지막 꿈이 되어서 별의 힘을 빨아먹어 세계의 종말을 안겨다 주는 라보스를 물리친다는 것에서 약간의 로망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토리야먀의 작품에서 나오는 드래곤 볼과 비슷한데 만화를 읽고 나서 드래곤 볼은 반칙 아이템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착한 친구들을 위한 자그마한 기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크로노 트리거의 시간 여행도 제 가슴 속에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크로노 크로스를 좋아하기 힘듭니다. 해보지도 않았으니 좋은 게임이니, 나쁜 게임이니 평할 수는 없지만 제가 원하는 게임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지 아닌지 크로노 트리거 팬 중 많은 사람이 크로노 크로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가 콘텐츠로 크로노 크로스 관련 내용을 굳이 넣어야 하였나 생각이 듭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면 꿈이 끝날 때는 맨 마지막에 보는 엔딩이 됩니다. 12개의 해피 엔딩보다 마지막 새드 엔딩으로 게임의 이미지가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용의 성역은 언급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고 차원의 뒤틀림과 추가 엔딩도 좋은 컨텐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그래도 오랜만에 스팀 도전과제 100%를 달성한 게임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메루루의 아틀리에' 로 돌아가야 하는데 왠지 다른 게임을 손대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