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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홋카이도 여행기 6 - 셋째날의 여행(1): 삿포로 눈 축제

셋째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날의 강행군을 후회하였습니다.

온몸이 물 먹은 솜 같아서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싫었고

다리가 아직도 딴딴한게 전날의 피로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방안의 온도가 따뜻하고 침대 속이 아늑하였다면 그대로 침몰했을지도 모르지만

숙소가 그다지 난방에 후한 곳이 아니어서 자기 전의 방 온도는 17도, 아침에는 13도였습니다.

따뜻한 내복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첫날은 파카를 입고 잤고 둘째날은 이불을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잤을 정도입니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그냥 추울 뿐이라 기합을 넣어서 일어났습니다.

영혼을 깨우는 온수 샤워 후에 숙소 식당에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다시 한 번 철도로 삿포로로 향했습니다.

셋째날이 바로 이 여행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삿포로 눈 축제의 첫날입니다.
 

전날 밤에 눈보라가 몰아쳤기에 오늘도 눈이 오면 어쩌나하고 고민하였지만

다행히도 날씨는 화창하게 갰고, 눈은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쌓인 눈으로 바닥은 미끌거리고 무지무지하게 춥긴했지만 말입니다.

아침에 숙소를 나오면서 기온을 확인하였더니 -13도가 나온 것을 보고 어느 정도 각오는 하였지만

그래도 정말 견디기 힘든 맹추위였습니다.

 

눈 축제 회장으로 가는 도중 도시 한가운데서 뜻밖의 그림같은 경치를 마주쳤습니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사진을 찍어서 결국 한 장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저 사진이 현재 제 컴퓨터의 바탕화면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곳이 도대체 어딘지 궁금해하며 담장을 따라 가보니 입구가 나왔습니다.

그냥 단순한 공원은 아닌 것 같아서 지도를 찾아보니 구 홋카이도 정부 청사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마치 공원처럼 꾸며놓았는데 설경이 정말 굉장히 아름다워서

 

안에서 길을 따라 몇 바퀴를 돌면서 설경을 만끽했습니다.
 

계속 아래로 내려가서 축제회장에 도착했습니다.

뭔가 시덥잖은 장난감을 파는 것을 보니 확실히 축제가 맞는 듯 합니다.


회장은 총 11개의 블럭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제가 처음으로 들어간 먹거리 코너였습니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아침이 단순한 주먹밥이었는데다가 따뜻한 것을 뭐라도 먹고 싶어서

아직 11시 반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홋카이도 대표 음식 중에 하나인 수프 카레입니다.

아무래도 길거리 노점에서 먹다보니 좀 초라하기 하지만 당시는 저런 국물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첫째날의 경험으로 여기 음식은 아무리 매워보여도 절대 맵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몸에 열을 내기 위해서 매운 조미료를 아낌없이 팍팍 쳐서 먹었습니다.

 

 

몸이 좀 데워진 것 같아서 옆의 회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눈과 얼음으로 조각한 각양각색의 전시물이 있었습니다.

 


눈으로 만든 미끄럼틀.

 

처음에는 한번 타볼까 생각 해보았지만 타고 있는 사람이 전원 어린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사진 한 장으로 만족했습니다.

 

같은 회장에 있었던 눈 조각상. 눈이라면 북극곰, 북극곰이라면 코카콜라.

 

 

계속하여 옆의 회장으로 이동하니 이 회장부터는 눈으로 만든 거대 건축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을 모델로 하여 만든 눈 조각상입니다.

 

말레이시아 홍보를 위해서 저 궁전 앞의 공연장에서 전통 무용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당연하게도 저 공연장도 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게 술탄 궁이었나? 벌써 기억이 애매해지네요.

 

아무래도 앞의 건물에 비해서 크기도 더 작고, 뭔가 하는 것도 없어서 사진 한 장 찍고 끝냈습니다.

 

 

위의 2개의 눈 건축물을 제작한 것은 일본 자위대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건물 사이에 자위대의 홍보부스가 있었고,

 

그 안에서 눈으로 건축물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 중이었습니다.

 

저도 들어가서 관람하였는데 요약하자면

 

1) 봄부터 반 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서 자위대에서 건물을 설계한다.

 

2) 겨울이 시작되면 홋카이도 전역에서 자위대 트럭을 동원하여 눈을 수송해 충분한 눈을 확보한다.

 

3) 1월부터 40일 간 총 3800명의 자위대원을 동원하여 공구를 동원하여 눈을 깎아서 건설한다.

 

저도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마쳤기에 할 말은 없지만 뭔가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 기분이 절정에 달한 것은 참가대원들 인터뷰인데 부대원들의 소속이 '제1 설상 제작대' 였습니다.

 

무려 설상 제작을 위한 전용 부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고참병 인터뷰 내용이

 

"저는 17년 간 설상 제작만 하고 있습니다. 비시즌에는 후임병에게 설상 제작을 교육합니다."

 

뭐랄까, 군대인데, 군대인데 라는 말이 속에서 계속 맴돌더군요.

 

전에 일본에서 살다온 친구에게 자위대가 일본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냐고 물었더니

 

프로 진출 못한 체육계가 가는 공무원이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새삼 되살아나더군요.

 

같은 회장에 있던 조각상.

 

자위대 새 마스코트라고 써붙어 있습니다.

 

 

다음 블럭부터는 개인 참가자들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동원할 수 있는 노동력이 한계가 있다보니 전반적으로는 크기가 작았으나 

간혹 이렇게 규모가 큰 물건들도 있었습니다.

 

테마도 위에서처럼 건축물이나 전래동화 같은 것도 있는가 하면

헬로 키티에

원피스의 쵸파

알 수 없는 애니메이션 작품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다만 살짝 아쉬웠던게 전날 내린 눈이 조각상들 위에 쌓인 후, 밤 사이에 얼어붙어서

 

디테일이 좀 뭉겨진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첫 날이다 보니 마감을 맞추지 못하고 작업 중인 작품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경하면서 간간히 사진을 찍으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다보니

 

마지막 11블럭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블록에도 어느 정도 사람이 모여있었지만

 

여기는 아예 안내원이 줄의 끝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행사장인가 하고 가서 흘낏 보니

 

유키미쿠 전용 상품 매장이었습니다.

 

친구 중에서 미쿠 좋아하는 녀석이 둘 있어서

 

저도 최후미에 줄을 서야하나 고민하면서 안내원에게 대기시간을 확인해보니

 

1시간 반이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망설임없이 포기하였습니다.

 

팜플렛을 확인해보니 유키미쿠 관련 상품파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파는 매장마다 살 수 있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에 저렇게 줄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삿포로 눈축제 오피셜 매장에서 파는 클리어 파일을 하나씩 샀습니다. 

 

 

사진은 저녁 때 숙소에서 친구에게 선물 샀다고 카톡으로 전하려고 찍은 사진입니다.

 

옆의 지갑은 사이즈 비교용.

 

 

11블록은 아예 통채로 유키미쿠를 위한 회장이었습니다.

 

자판기에 옆면에 그려져 있는 유키미쿠.

 

연도 별로 디자인이 달라지는 충실한 한정판 전력입니다.

 

팜플렛에 적혀 있는 바에 따르면 올해의 컨셉은 마.법.소.녀

회장 벽에 그려져 있는 대형 이미지.

 

사실 이미지들을 공들여 찍은 이유가 이 시점에서 아직 선물을 못 사서

 

만약 선물을 못 사갈 경우 사진으로 벌충할 생각이었습니다.

유키미쿠 설상,

 

작년에 유키미쿠 설상이 녹아서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행인을 덮친 사건이 일어나서인지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 내구도에 있어서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유키미쿠 라면,

 

이쯤되니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지경입니다.

 

참고로 저것도 주문하고 따로 기다려야할 정도로 줄이 무지막지하게 길었습니다.

 

 

팜플렛을 보면서 관련 행사가 혹시 더 있는지 확인해보니

 

유키미쿠 디자인의 노면전차가 축제 기간 중에 운영이 되고,

 

지정된 시간에 콘서트장에서 유키미쿠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2000엔.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아서

 

11개의 블럭 중에서 유일하게 제공되는 Wifi를 접속해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하소연하니

 

최첨단의 3D 영상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답변이 오더군요.

 

그 친구가 미쿠 팬이어서 그런지 영상 기술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둘 다 아니어서 발걸음을 돌려 다시 동쪽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는 길에 술탄 궁에서 공연하시는 분들이 지나가길래 사진을 찍었습니다.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주시더군요. 

국가별 먹거리를 파는 코너도 있어 한국 부스에는 무엇을 파는지 궁금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국 부스에서 파는 것은 떡볶이, 만두국, 떡꼬치, 치킨.

 

국가별 부스는 그 나라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담당자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어졌습니다. 

군것질 배를 남겨두려고 점심을 약간 부실하게 먹었던 것도 있어서

 

2시쯤 되니 약간 출출해지기 시작해 노점에서 한 그릇 샀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축제 광경에서 많이 나오던 것인데

 

오징어를 다리 부분을 잘라내고 간장 양념을 바르면서 불에 직접 구운 것이더군요.

 

그럭저럭 먹을만 했습니다.

 

 

처음 지날 갈 때 놓쳤던 것들도 좀더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동쪽으로 향했습니다.

 

소치 올림픽 응원상, 역시 자위대 제작입니다.

 

특이한게 얘네들은 올림픽을 五輪(오륜, 고린)으로 써서 소치 고린이라고 읽더군요.

 

이쪽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있던 곳은 전날 밤에 보았던 스노우보드 점프대였습니다.

 

저도 가서 좀 보긴 하였는데

 

일단 스노우보드를 타 본적이 없는 저로서는

 

2/3는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넘어지는게 뭐가 멋있는지 잘 모르겠고

 

제 사진 실력과 폰카의 조합으로는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도 없어서 넘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1블럭에 도착해서 간이 스케이트장에 들렀습니다.

 

혹시 배울 수도 있나 해서 보았더니 아쉽게도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일반 관람객은 출입 금지였습니다.

 

이로서 축제 회장을 한 바퀴 다 돌았고 시간은 3시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