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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홋카이도 여행기 7 - 셋째날의 여행(2):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오후

오후 3시부터 삿포로 번화가인 스즈키노에서도
눈 축제 관련 전시가 시작된다고 들어서 스즈키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끼 식사로 음료나 주류를 포함해도 절대로 1500엔을 넘지 않게했던 이전까지와 달리
마지막 저녁 식사는 그래도 약간은 호화롭게 먹고 싶어서
가는 길에 적당한 식당을 물색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스즈키노의 얼음 조각상들입니다.
팜플렛에는 얼음 조각상으로 되어있지만 아무리 보아도 얼음 광고탑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중간에 있는 참이슬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디테일은 이쪽이 더 낫고 수시로 물을 붓는다던가 깎아낸다던가 하면서
실시간으로 유지 관리를 하는 모습도 꽤나 눈에 띄었습니다.

얼음 조각상을 다 관람하고 다시 눈축제 회장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퍼져버렸습니다.

전날 꽤나 무리한 데에 이어서 10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걸어다녔고
날은 춥고, 눈이 쌓인 빙판이라서 힘은 더 들고
무엇보다 음식값이 비싸서 사흘 동안 평소보다 훨씬 적게 먹은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힘이 빠져서 못 일어서겠는데 춥고 바람은 불어서 밖에서 주저앉아 쉬지도 못할 상황이라
저 멀리 눈에 띄는 맥도널드로 마지막 힘을 짜내서 피난하였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콜라 제일 작은 사이즈 하나 시키고
맥도널드 2층에서 대충 30분은 퍼져있었습니다.
다행히 따듯한 온도와 편안한 의자, 그리고 수분과 칼로리 보급 덕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다음 계획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눈 축제 회장은 일단 한 번 다 둘러보았고
이 날씨 속을 다시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관광 지도를 뒤적거려도 주요 관광지는 여기서 꽤나 걸어야 하고
맥도널드에서 공짜 Wifi가 제공되지 않아서 인터넷을 검색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바깥을 보니 바로 근처에 애니메이트가 있더군요.
바로 옆에는 토라노아나도 있고.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서 호기심이 생겨서 한 번 들러보았습니다.

들어가서 처음 느낀 감상은 "아는 작품이 없어...." 였습니다.
물론 구석구석 찾아보면 제가 아는 작품들도 있었지만
큼지막하게 전시해놓은 작품 중에서 제가 아는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야기 시리즈는 한풀 꺾였나 싶었고 중2코이 정도만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느낀 감상은 "비싸!!!!"
아니, 절대적으로 구매하지 못할 정도로 비싸지는 않지만
열쇠고리 하나가 아무리 싸도 500엔이 넘고,
우리 집 강아지 목욕 시키는 타올보다도 질이 떨어져 보이는 타월이 1500엔에
전반적으로 제가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적정가'보다 최소 2배에서 3배 이상 비쌌습니다.

 

사실 들어가기 전에는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의도된 충동구매'를 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들어가자마자 그런 마음은 싹 사라져서 사진 찍는게 허용된 코너에서 사진이나 한 장 찍어왔습니다.

덤으로 현재 저에게서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캐릭터는
아야나미 레이(에반게리온), 호로(늑대와 향신료),

하네카와 츠바사(이야기 시리즈), 이부키 스이카(동방 프로젝트) 정도인데
이미 유행에 뒤떨어졌는데 이 캐릭터 관련 상품도 의외로 별로 없었습니다.
옆에 토라노아나도 들어가보았는데
18금 동인지 코너는 얼굴에 불이 날만큼 남사스러워서 도저히 버티지 못하겠습니다.

몸 상태도 그다지 좋지 못하니 이른 저녁을 먹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아서
5시 쯤에 아까 물색해놓았던 식당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단어는 '만석'이었습니다.
제가 축제의 힘을 조금 얕보았던 것 같습니다.
축제 첫날이고 아무래도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릴 시간을 피하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해산물은 파는 가게는 여기고 저기고 전부 만석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즈키노에서 저녁을 먹겠다는 생각은 포기하고
점심을 해결한 먹거리 코너에서 가볍게 요기를 하고, 

토마코마이로 돌아가 식사를 하려고 계획을 바꾸었는데
제 눈에 들어온 것을 진짜 비명이 나올만큼 많은 사람,사람,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돌아다니던 때는 아무 것도 아닌만큼 곳곳마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다시 한 번 포기를 하고 패밀리마트에서 빵을 하나 사서 먹고 토마코마이 행 기차를 탔습니다.
이 때도 열차는 계속해서 삿포로 역에 사람들을 내려놓고 있어서
조금 더 늦었다면 그 이상으로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빵은 왠지 모르게 끌려서 축제 한정 품목인 유키미쿠 빵으로 사왔습니다.
맛은 그냥 평범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선물들을 방에 놓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프런트에 가서 근처에 게를 먹을 수 있는 곳과 비용을 물어보았는데
게를 먹으려면 5천 엔에서 1만 엔 정도 든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듣고 바로 포기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간이 부었어도

한국에 돌아가면 가족 회식을 할 수 있는 비용을 한 끼 식사로는 못 쓰겠습니다.
결국 프런트에 적당한 가격에 해물을 맞볼 수 있는 곳들을 추천받고 거기로 향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조개 사시미와 새우 구이로 했습니다.
둘 다 꽤나 먹음직스러웠고 실제로도 맛있었습니다.
다만 역시나 칼로리(...)가 부족해 귀가길에 라면을 사와서 보충해야했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오후가 끝나고
다음날 아침을 위해 선물과 짐을 전부 정리하고, 그동안 꺼두었던 알람을 설정한 후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