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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훈련소에서의 4주

훈련소에서의 4주(1) - 훈련소로 가는 길

제가 논산 훈련소에 들어간 것은 회사에 들어간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매도 일찍 맞는게 낫다고 생각을 가지고 싫은 일일수록 미루지 않기에

훈련소 입소 일정이 나오고 그게 그나마 괜찮은 봄인 것을 확인하자 연기없이 바로 들어왔습니다.

 

전날 회사 선배들에게 나름의 격려를 받으면서 퇴근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논산으로 차는 고속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는 머리를 완전히 밀은 남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저도 이 중 하나라는 사실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더군요.

조금 일찍 출발했기에 버스는 자리에 여유가 있었고

다행히 저는 차를 타기만 하면 잠이 드는 병이 있기에

차 안에 우울한 분위기에 일조하지 않고 논산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잤습니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행동은 근처에 맛있어 보이는 식당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4주 동안 맛없는 밥을 먹을 각오를 하였기에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 꼭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사먹은 감자탕은 싸지 않은 가격에 비해서 그다지 맛있지 않았고,

이것은 그 날 처음으로 제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주변에서는 무엇이든 맛이 없다고 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주변은 머리깎은 남자들과 그의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정도 일로 부모님을 귀찮게 하기 싫었기에 혼자 왔고,

오히려 이곳에 가족들이 많이 따라온 것이 예상 외였습니다.

잡상인들도 입구 주변에 바글바글 모여있었는데

평소부터 잡상인들을 매우 싫어하기에 그들이 파는 물건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나중에 저는 이를 후회하게 됩니다.

 

잠시 후, 집합 신호가 나왔고 머리깎은 사람들은 전원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시키는 대로 줄을 맞추어 서고, 움직이라는 대로 움직이고, 이름을 호명하면 앞으로 나오니

어느 새 소속이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헷갈렸던 것은 집은 서울이지만 병역 특례 근무처가 경기도라서

경기도로 분류가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1중대 3소대 1분대가 되었습니다.

무슨무슨 연대도 가르쳐 주었었지만 별로 필요없을 것 같아서 외우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불편한 것은 마지막까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