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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훈련소에서의 4주

훈련소에서의 4주(5) - 수면과 불침번

대한민국 남아 중에서 별 문제없이 사회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훈련소에 들어갈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비교적 짧은 기간의 훈련소 생활이었지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한시라도 빨리 훈련소를 나가고 싶어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모두 인정하는 훈련소의 장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원없이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매일 8시간 수면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서 강요하였는데

하루에 4,5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 전문연구요원들에게 이는 축복이었습니다.

덕분에 아침에 기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언제나 8시간 수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침번이라는 것이 있었거든요.

일어나는 것은 사실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밤중에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장구류를 갖추고 나오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밤중에 이런저런 잡일을 시키는 경우가 꽤나 많았기에 처음에는 모두가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면 저 같은 사람은 8시간 다 자는 것도 쉽지 않았고

(저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기상 1시간 전에 알아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기상 방송이 나오고 나서 허겁지겁 준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상 30분 전에 다들 일어나서 분대장들 몰래 미리 환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경우 불침번 같은 경우는 근무를 위해 갈아입은 옷 그대로 자면 되기 때문에

갈아입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나름대로 장점도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예 취침 전에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자려고 하였는데 규정상 하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분대장들이 알고는 매우 어이없어 하였는데

매일 8시간은 다 자기도 힘들고 아침 준비시간 5분은 부족한 저희들이 짜낸 나름대로 묘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