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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훈련소에서의 4주

훈련소에서의 4주(6) - 상점(賞点)과 벌점

훈련소 안에서 전문연구요원은 여러 가지 면에서 현역 훈련병들과 다릅니다.

 

일단 받는 훈련부터 현역들은 6주 훈련을 받지만 우리는 4주 훈련을 받습니다.

기간이 다르니 받는 커리큘럼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것은 훈련에 대한 모티베이션이었습니다.

 

적어도 현역들은 훈련소에서 배운 것을 2년 간 써먹어야되고(된다고 그럽니다.)

훈련소에서 밉보일 경우 언제 어떻게 불이익이 올지 모르니(모른다고 그럽니다.)

어느 정도 훈련에 대한 모티베이션이 유지됩니다.(된다 그럽니다.)

 

하지만 전문연구요원에 경우 그런 것이 전혀 없습니다.

군장 꾸리는 법? 관물대 각 잡는 법? 4주만 끝나면 평생 알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4주 끝나고 사회에서 보면 어린 분대장들이 우리에게 설설 기어야지 우리가 아쉬울 것이 하나 없죠.

그렇기에 별로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고 시키는 것은 고분고분 말을 듣지만

의욕은 바닥을 치는 것이 우리 중대의 현실이었습니다.

 

사실 분대장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뭔가 성과를 보여야 하는 위에서는 어떻게든 훈련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키고자 조치를 취했습니다.

바로 상점(Prize입니다. Shop이 아닙니다.)과 벌점 제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 상점을 주어서 일정 이상의 상점이 쌓이면 혜택이 주어지고

좋지 못한 행동을 하면 벌점을 부여하여 일정 이상의 벌점이 쌓이면 페널티가 부여되는 식이였습니다.

 

근데 혜택이라는게 고작해야 '10분간 집에 통화하기' 정도라서 저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겨우 4주 정도 떨어져있는 것으로 향수를 느낄 정도는 아니거든요.

(참고로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8년 반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였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상점으로 벌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였습니다.

 

페널티라는 것도 겨우 추가 청소 정도였지만 아무래도 좀 귀찮았고

상점을 자신 있는 분야에서 미리미리 벌어놓고

좀 하기 껄끄러운 것들을 쌓아두었던 상점을 '소모'하면서 넘어가는 식으로 생활하였습니다.

 

제가 상점을 벌어오는 것을 주로 경례 관련이었습니다.

언제 어느 때나 또렷한 목소리로 크게 경례를 한다고 상점을 꽤 벌었죠.

생활관에서 마치 학급 반장처럼 반장과 부반장을 뽑았는데

제가 부반장이여서 관련 활동으로 상점을 벌기도 하였습니다.

 

반대로 제가 아낌없이 점수를 퍼부은 것이 관물대 정리였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관물대에 각을 잡으라고 난리를 피우던데

손재주가 없기에 해도해도 안 되는데다가 제가 겪어본 일 중에 손꼽히는 무의미한 일이라서

그냥 벌점 까이고 넘어갔습니다.

 

참고로 상점을 사람들이 생각보다 빨리 모으자

윗분들은 일방적으로 포상을 준다고 하는 점수를 높혔고

그 점수가 상점을 모으던 사람들을 좌절시킬만한 점수여서

위에 대한 불신감만 키웠다는 흔한 결말도 처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