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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2회차 - 귀신 꿈

 KAIST 지혜관 기숙사에 살 때는 유독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말로 수맥이라도 흐르는지 자고 일어나도 찌뿌둥하고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악몽을 꾸는 일도 잦았고요. 그러던 어느날 자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눈을 뜨니 하얀 소복에 머리가 긴 여자가 제 가슴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고 있는 있었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서 귀신의 멱살을 잡아올려서 무릎찍기를 먹였고, 다음 순간 눈을 떴고 침대 밖에 떨어져서 굴렀습니다. 옆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룸메이트 말에 따르면 자던 사람이 갑자기 침대 밖으로 무릎으로 뛰어차기를 했다고 합니다. 사정을 설명하니 더더욱 황당한 표정을 짓더군요. 제가 생각해도 머쓱한데 아마 귀신에 대한 공포보다 피곤해 죽겠는데 수면을 방해받았다는 짜증과 공격받았다는 분노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 그 귀신은 다시 꿈에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천장에 찰싹 붙어서 양팔을 쭉쭉 늘여서 제 목을 조르더군요. 저는 팔을 두들기고 비틀어서 목 조르기를 푼 다음에 긴 팔을 휙 잡아챘습니다. 그 귀신이 당황해서 밑으로 떨어지자 멋지게 턱을 올려쳤고, 다시 잠에서 깼습니다. 그 때는 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만약 있었다면 자는 사람이 갑자기 승룡권을 날리는 모습을 목격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 후에 다시는 그 방에서 귀신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갑자기 잠을 푹 자게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그 방에서 자면 이상하게 피곤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