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사는 이야기/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4회차 - 낮잠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낮잠을 잔 적이 없었습니다. 체력이 펄펄 남아도는 시기이기도 하였지만, 어렸을 때 공자 님이 낮잠 자는 제자를 썩은 나무에 비유한 것이 충격적이었어서요. 생각해보니 해가 지면 일을 할 수 없어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 당연한 그 시절에 밝은 대낮에 낮잠을 자는 행위는 극도로 비생산적이었지요. 그러던 제가 낮잠자는 습관이 생긴 것이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과학고등학교에서는 독서대에서 자정에 돌아오다 보니 일러야 1시에 잠드는데, 숙직하는 선생님에 따라서 다르긴 해도 보통 5시 반에서 6시에 기상하여 체조와 구보를 해야하니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밥이라도 잘 먹었던 중학생 때와는 달리 식단도 부실해서 체력 저하가 빨리 와서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가 없더군요. 주로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수면을 취했습니다. 책상에 엎드려서 잤는데 수업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깨워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여기가 어디인지, 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갸웃갸웃하곤 해서 모두들 웃곤 하였습니다.

 

 이게 점점 심해져서 대학교 때는 식사만 하면 한숨 자곤 해서 성적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덤으로 위염까지 심해졌죠. 전문연구요원을 하면서 고쳐볼려고 했는데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수면을 취했을 때와 전혀 자지 못했을 때 오후 작업 효율이 너무 차이가 나서 결국 실패하였습니다. 이르면 9시, 늦으면 11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하면서 낮잠자는 습관을 고치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시기에도 고치지 못했는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반드시 자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밤잠보다는 점심식사 후에 자도 좋고, 안 자면 더 좋은 낮잠이 가벼운 마음으로 훨씬 깊이 잠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회사에서 점심시간 1시간 중에 20분 동안 식사하고, 20분 동안 산책하고, 20분 동안 수면을 취합니다. 그래도 취직한 후에 점점 체력이 좋아지고 있어서 휴일에 낮잠을 자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전까지는 습관적으로 잤다면 지금은 수면이 부족할 경우에만 잠들고 있습니다. 꼼짝도 하기 싫을 정도의 만복 상태에서 침대에 눕는 행복감은 아직도 매력적이지만 이제는 건강을 위해서 점심 식사를 가볍게 하는 것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