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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3회차 - 수학경시대회

 제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중학교 시절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수학경시대회였죠.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경시대회를 열심히 출전하였고,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수학경시반이 만들어진 이유의 절반 정도는 저 덕분일 것입니다. 저학년 때는 시내 대회의 단골 입상자였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출전에 전국 규모 대회인 대교 올림피아드에서 상위 입상한 이후로 꾸준히 전국대회 입상 실적을 쌓았으니까요. 덕분에 중학교도 교복과 참고서 등등을 받는 조건으로 스카우트 받아서 갔지요. 간판만 있던 중학교 수학경시반은 제가 다니던 3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KMO 단체전에서 도 1등을 차지했으니 돈값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월요일 아침에 전교 조회를 하여 외부상 수상자에게 시상하는데 제가 졸업할 때까지 조회단에 올라가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참 징그러울 정도로 상을 긁어모았죠.

 

 문제는 당시 수학경시대회는 항상 일요일에 열렸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토요일에도 수업을 하였기 때문에 일요일에 수학경시대회를 치르고 오면 저에게 휴일이 없어진다는 것이지요. 토요일 오후에는 주말에 나온 과제를 전부 처리해야 하기에 휴식을 취할 수도 없고요. 시험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치르면 좀 나았을텐데 제가 태어난 곳은 지방 소도시라서 고속버스를 한 시간 이상 타고 시험장까지 가야했습니다. 한 번은 5주 연속으로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1주일 동안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 보기에도 피폐해보이던지 이번 주말은 무조건 쉬라고 하더군요. 성적도 전교 1등을 노리면서 수학경시대회도 꾸준히 참가하는 생활을 하니 당시에는 정말로 피로에 찌들어 살았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늦게까지 자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 중학생 입에서 나오던 시기였죠. 당시에 이상하게 살이 안 붙는다고 하였는데(키가 170cm가 넘었는데 체중이 50kg을 간신히 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냥 힘들어서 살이 안 붙은거였어요.

 

 그래도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겼습니다. 휴일마다 다 같이 모여서 시험을 치르러 가니 수학경시반 친구들하고 정말 친해졌습니다. 그 친구들하고는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1년에 한 두번은 만나고 있고요. 처음에는 학교에서 지도 교사가 인솔해서 출전하였는데 선생님도 일요일마다 출근을 할 수가 없어서, 다음에는 부모님이 돌아가면서 따라갔고, 나중에는 다들 두 손 드셔서 저희들끼리 다녀왔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다 같이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사먹고 오락실에서 철권 TAG를 몇 판 하고 오는 게 저에게 가장 익숙한 일요일 풍경이었습니다. 사실 솔직히 저희끼리 가는 게 나았어요. 저는 시험장에 들어가면 시험지 배포가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자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은 인솔하신 선생님이 시험 전 컨디션 관리를 강조하시면서 못 자게 하시더군요. 신경질도 나고, 덕분에 시험도 망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왜 지금은 저렇게 못 사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저렇게 사니 왼쪽 눈과 안면에 주기적으로 마비가 오는 증상이 생겼고, 만성 위염과 만성 장염, 만성 변비와 설사, 거기에 불면증까지 생겼습니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이러다 일찍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 반동으로 대학교 3,4학년 때 좀 놀았습니다. 석사 때는 놀고 싶어서 논 게 아니라 멘탈이 깨진 거에 가깝고요. 입사하고 나서 영양제도 먹으면서 몸 관리하는 요즘이 30대 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20년 간 가장 몸상태가 좋을 정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