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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여럿이서 하는 게임

FGO - 1.5부 3장, 그리고 1부 1장

FGO 1.5부 스토리에서 1장인 악성격절마경 신주쿠와 1.5장인 심해전뇌낙토 SE.RA.PH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일본에서 심하게 평가가 좋지 않았던 2장 전승지저세계 아가르타도 저는 만족스러웠기에

평가가 좋았던 3장 시산혈하무대 시모사노쿠니는 꽤나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플레이한 다음 감상은 '이게 어째서 평이 좋은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입니다.

1부 2장,4장과 비교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게 칭찬이 못 되는건 페그오 유저면 다들 아실테고

가장 큰 문제는 1.5부 3장은 1부 1장의 완벽한 하위 호환이라는 점입니다.

 

두 이야기 모두 최종 보스의 행동 원리와 목적은 동일합니다.

자신의 선의를 세상은 악의로 회답해주었고 이에 대한 배신감에 세계의 멸망을 노리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배신당한 성녀에 비하면

나라에서 금지하는 종교를 믿고, 반란까지 일으킨 상태에서 저렇게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적들을 상대하는 아군에 있습니다.

1부 1장에서 잔 다르크 얼터와 질 드레는 자신이 받은 악의를 악의로 돌려주려는 자들입니다.

그의 수족으로 움직인 블라디 같은 경우도 성배의 힘 때문에 적에게 협력하긴 하지만 악의를 악의로 돌려준 인생을 산 인물입니다.

그에 비해서 잔 다르크는 자신이 받은 악의를 용서할 수 있는 인물이었죠. 

 

그리고 이 구도에서 더해지는 인물이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입니다.

그녀는 좋은 왕비였습니다. 남편에 충실하고, 프랑스를 사랑하고 민중에 자비로운 이상적인 왕비에 가까운 인물이었죠.

다만 그녀가 사랑하고 지키려고 한 프랑스는 앙시앵 레짐이었기에 혁명이 추앙받는만큼 그녀는 오욕을 뒤집어써야했고

오스트리아를 증오하는 민중들에게 그녀의 출신은 죽을 때까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녀는 하지도 않은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말로 유명하기까지 하죠.

그런 그녀는 길로틴에 올라가기 전에 자신은 떳떳하니 모두를 용서하라며 자녀들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실제 그녀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받은 악의를 용서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녀가 있기에 1부 1장은 악의를 악의로 돌려주는 인물들과 악의를 용서한 인물들의 대립 구도가 되고

주인공 일행이 말하는, 자신이 받은 악의를 용서한다는 말이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악의가 껍데기 뿐이라는게 드러나며 적들은 무너지게 됩니다.

질 드레는 성녀의 복수를 외치지만 성녀는 이미 그들을 용서했습니다.

잔 다르크 얼터는 '내'가 당한 배신에 분노하지만, 잘 다르크 얼터는 '나'가 없습니다.

결국 대립 구도에서 상대가 근간이 무너지면서 아군이 승리하는 구도인 것이지요.

 

그런데 1.5부 3장에서는 이러한 것을 아무것도 느낄 수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아군 주인공이 왜 무사시인지 어떠한 이유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주인공이 아르트리아라도, 란슬롯이라도, 가웨인라면 검사 캐릭터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이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야규가 야규여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코지로가 코지로여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중심을 잡아주어야할 캐릭터들이 이러니, 이야기가 헐거워지고 우연에 의해 굴러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맨마지막 무사시와 코지로의 싸움, 솔직히 없느니만 못했습니다. 차라리 무라마사의 일도양단으로 마무리하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그나마 에미야를 배경으로 깔린 무라마사의 장면은 멋있었지만 그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았습니다. 

 

적다보니 생각보다 긴 글이 되었네요.

이런 식으로 생각날 때마다 적다보면 언젠가 모든 시나리오 감상을 올릴 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