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프로야구

KBO를 돌아보며 (1) - 1998년 용병 쇼크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보기 시작한지 스물 세 해 째가 됩니다.

역사라는 것은 그렇게까지 거창하지 않습니다.

야구 팬으로서 프로야구와 함께 울고 웃던 시절들의 기억들을 모아보면 그것이 하나의 역사지요.

 

이것도 한 번 정리해서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써보려고 합니다.

아마 절반 정도는 예전 블로그에서 한 번 쓴 글을 그대로, 혹은 약간 수정해서 올린 글일 것입니다.

 

가급적 시간 순서대로 올릴 생각이지만 원래 계획이라는게 그렇듯

예정대로 흘러나갈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원래 쓰고 싶은 글에 비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많지 않은 주인장이라 언제 내팽겨칠 지도 모르고요.

 

---------------------------------------------------------------------------------------------------

 

굳이 쇼크라고 붙인 이유는 제가 프로야구를 보기 시작한 이 후
최초로 패러다임이 바뀐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1998년 최초로 외국인 선수제를 도입하여,
각 팀마다 2명 씩의 외국인 선수(통칭 용병)을 기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용병 계약은 지금처럼 자유계약이 아닌 트라이아웃제로 실시되었는데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반도 국가까지 와서 야구를 하겠다는 사람을 거의 없었고

트라이아웃을 실시한 곳에 나온 선수들의 면면도 그다지 신통치 못 했습니다.
지금이야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도 곧잘 오지만
그 당시는 마이너에서도 한계에 몰린 선수들이 야구를 더하고 싶어서 오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에게 KBO 리그는 평정당했습니다.

타이론 우즈의 42홈런 홈런왕이 대표적인 사례였죠.
당시에는 그래도 한국인이라고 이승엽 선수 응원하자는 사람도 많았는데
제가 응원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이기도 하였고,

불공정하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편파적으로 하는 것에 분통이 터져서 우즈를 열렬히 응원했습니다.

원래도 좌우로 넓은 스트라이크 존(그래서 다들 횡 슬라이더만 주구장창 던지는)을 쓰던 시기였는데
거기에 바깥쪽으로 공을 하나에서 두개 정도 더 잡아주니

도저히 칠 수가 없는 공도 스트라이크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우즈는 심판하고 충돌도 잦은 편이어서 더더욱 판정을 불리하게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즈는 원래 타석에 바싹 붙지도 않는 타입인데도 나중에 가면 우월 홈런이 늘어나더군요.

 

95년도 한일 슈퍼 게임에서 초반에 시리즈 전적을 압서나가다가 아쉽게도 무승부가 나왔고
이것을 계기로 해설자나 팬들이나 "이제 한국 프로야구가 MLB에는 몰라도 일본하고는 동수다." 라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시기였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고요. 


그렇기에 1996년 일본 진출 후, 선동렬 선수가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기록하였을 때에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 놈들이 야비하게 굴어서 그렇다.", "전성기가 지나서 그렇다." 는 반응을 보였고, 이듬해 성적이 반등하자 역시나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99년 도에 롯데의 호세와 한화의 로마이어가 한국 땅에 상륙하였고

한 동안 고작 2명의 용병 선수들에 의해서 팀 성적이 요동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2000년 이전에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미국의 마이너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양식있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그 이후의 발전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더 이상 밀리지 않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과

그 외국인 선수들을 통해서 배우는 새로운 기술, 훈련 방법이 합쳐져서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2000년 대 이후의 기록과 그 이전의 기록을 아예 질적으로 다른 기록으로 생각합니다.


그 일을 겪고 나니
"누구누구 선수는 메이저에 갔어도 성공을 했을 것이다." 라는 말에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더군요.
당시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 수준과 지독하게 떨어져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80년 대, 90년 대 선수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들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고 원로로서 존경받아야 합니다.
다만 그 분들의 실력에 대해서 신격화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연코 환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취미의 영역 >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KBO를 돌아보며(3) - 관중석의 미녀 열풍  (0) 2017.09.21
KBO를 돌아보며 (2) - 프로야구가 멸망할 줄 알았던 시절  (0) 2017.02.21
또 한 번의 우승  (2) 2016.11.02
최훈  (0) 2016.10.05
오재원  (0) 201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