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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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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이 작품은 2주 전에 보고 왔습니다. 연애가 이번인 처음인 저에게 있어서 데이트 코스 구상은 언제나 고역이었습니다. 어디서 만나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한다. 누구에게는 간단한 일이지만 경험이 없는 저에게 있어서는 이게 고역이더군요. 성별이 같은 친구들과 놀러 다닐 때는 적당히 뭐 하자만 정하면 나머지는 근처에서 대충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덕분에 대부분의 데이트 코스는 여성 분이 정하면 저는 식당만 정하는 수준이었고, 솔직히 남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MCU 영화가 나올 때 솔직히 쾌재를 불렀습니다. 가서! 점심 먹고! 영화 보고! 끝난 후에는 팝콘으로 배가 반쯤 차 있을 테니 카페에서 영화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커피 한 잔! 이러면 누구도 흠잡을 데 없는 모범적인 데이트 코스 아닙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내년 2월까지 남은 휴가를 처리해야 해서 올겨울에 친구들과 스키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내일부터 2박 3일인데 전날까지 회사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이틀 연속으로 스키를 타는 것은 몸이 못 배겨날 것 같아서 전날 하루 더 휴가를 썼습니다. 그렇게 지난달에 계획을 세웠는데 우연히도 이게 스파이더맨 개봉일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이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이니 첫날 조조로 영화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장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예매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서 방이 어두컴컴하고 이불 속은 따뜻하여서 이렇게나 자기 좋은 날 굳이 영화를 보러 가야 하나 순간 망설여지더라고요. 나가면서 만약 영화가 ..
MCU는 왜 성공하였을까 마블은 이번 '인피니티 사가' 를 통해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몇몇 작품은 박수를 받을만한 명작이기는 하였지만, 많은 작품은 평작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고 팬들이 기대에 못 미친 작품도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 히어로'라는 당시 유행에서 벗어난 소재로 공전절후의 히트를 쳤습니다. 제가 생각한 MCU 성공의 핵심은 MCU를 좋아하기 위해서 굳이 '슈퍼 히어로'를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첩보물의 팬이라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를 빼고서라도 즐길만한 물건입니다. 저 같이 아직 미숙한 소년의 성장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좋은 영화입니다. 이렇게 다른 장르의 힘을 빌림으로서 또 하나의 장점이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1. 'TV 애니메이션 1쿨과 이어지는 극장판을 연이어 시청한 것 같다.' 제가 극장에서 나와 카카오톡으로 보낸 첫번째 감상평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인피니티 스톤의 소멸과 타노스 참수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상처투성이고 무력한 타노스를 토르가 화풀이로 죽였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신답지, 영웅답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기에 토르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무너져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반부는 '어벤져스: 타임 트래블'이라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보람도 별로 없고, 액션이나 연출도 매주 한 편 나오는 드라마 수준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면의 전환이 잦고 이야기를 짧게 짧게 끊어가서, 영화를 보는 기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1. 오늘은 지난 10년에 걸쳣 마블이 쌓아올린 인피니티 사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입니다. 그렇기에 어제 퇴근하고서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마지막까지 감상하였습니다. 아마 엔드 게임은 내일 삼성 최종 면접을 치르고 귀가하는 도중에 보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영화의 단점은 도로에 있는 요철이나 장애물과 같습니다. 단점이 많으면 영화가 덜컹거려서 보는 내내 불편하고, 때때로 멀미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자동차 설계에 큰 문제가 없다면 도로에 자갈이 많다고 차가 전복되지는 않습니다. 이제까지 MCU 영화들도 완벽하지 않았고, 단점들이 거슬리는 영화도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궤를 달리하는데, 저에게 있어 이 영화는 서킷을 쾌속 질주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1. '시빌 워'를 보기 전에 관객들은 어떤 영화를 기대하였을까요. 둘로 갈라진 어벤져스, 아이언맨의 빔을 방패로 막아내며 돌진하는 캡틴에서 어떤 상상하고 극장을 찾았을까요. 양보할 수 없는 정의를 걸고 처절하게 싸우는 어벤져스 멤버들과 두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기대하고 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강렬한 액션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도 아니고, 관객들에게 사색을 요구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기본적으로 화가 난 친구를 뒤에서 붙잡거나 어깨를 잡고 주저앉히기입니다. 다들 힘도 좋고, 맷집도 좋으니 이 과정이 좀 화려하긴 하지만 양쪽 모두 이 정도는 괜찮다는 믿음 하에 때립니다. 관객들도 이를 알기에 공항에서의 전투는 재미는 있어도 불타오르는 무언가는 없..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1.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 멤버 중에서 가장 수수한 능력자입니다. 활을 쏠 때만큼은 도저히 평범한 인간이라는 말을 믿을 수 없는 호크아이보다도 더하죠. 남들보다 튼튼한 몸과 강한 힘을 가진 무술의 달인이라는 것인데, 이건 슈퍼 히어로의 기본 소양 같은 것이라서요. 그러나 감독은 첩보물의 형식을 취함으로서 이 단점을 가리는데 성공합니다. 단순히 힘이 센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언맨이나 헐크, 토르를 찾을 수 밖에 없지만,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 없고, 수많은 정의가 교차하는 복마전에서는 캡틴의 신중함, 사려깊음, 올곧은 의지가 두드러집니다. 또한, 이러한 수수함은 MCU 영화 중에서 가장 현실비판적인 이 영화의 색깔과 잘 어울립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강철 슈트의 남자나, 분노하면 녹색..
아이언맨3(2013), 그리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1. 아이언맨 시리즈는 후속작이 나올 때마다 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비판은 영화보다 그 비판을 한 사람에게 향해야 할 것 같네요. 이건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 이 영화는 아이언맨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아이언맨 슈트를 입어야 영웅으로서 활약할 수 있다면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인가, 아니면 그가 만든 슈트가 아이언맨인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작품 내에서 슈트는 철저하게 도구로서 다루어집니다. 이제까지 토니만이 입던 슈트는 말리부 저택이 습격당할 때는 페퍼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에게 착용시켰고, 아이언 패트리어트는 악당에게 넘어가 대통령을 납치하기 위해 활용되고 그 후 처형을 위한 구속구로 사용됩니다. 마지막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