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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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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ig Bang Theory Season 11 시즌 11은 셸든과 에이미의 결혼식 준비를 큰 줄기로 하여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에이미와 결혼 준비로 투닥투닥하면서도 그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익히며 점점 인간다워지는 셸든과 자신이 받은 애정을 돌려주는 셸든을 통해서 역시 한 걸음 더 성장하는 에이미가 시즌 11을 대표하는 구도입니다. 그 외에 두 아이와 직장 사이에서 고뇌하지만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하워드와 버나뎃 부부라든지 유명인의 트윗으로 가게가 되살아나고 그 와중에 여성 직원과 좋은 분위가가 되는 스튜어트 등등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충실합니다. 특히 23화의 셸든과 셸든의 형 이야기는 하워드의 총각 파티 이후 가장 감동적인 에피소드였습니다. 셸든에 대해서 애증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형과 이제 그 애증을 이해할 수..
The Big Bang Theory Season 10 시즌 7,8을 보면서 '한때 좋아했던 작품이 이렇게 추해질대로 추해져서 끝나는건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틀렸습니다. 시즌 9에서 반등에 이어서 시즌 10 역시 그 이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사라졌던 DVD 구매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즌 10을 대표하는 이벤트는 마침내 셸든이 레너드에게서 떨어져 나가서 에이미와 동거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빅뱅 이론을 보아온 팬으로서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제 생각에 저 이벤트는 페니와 레너드의 약혼 직후에 있어야 했고, 아무리 늦어도 결혼 직후에 있었어야 합니다. 당연히 일어나야할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이야기의 진전이 일어나지 않죠. 그리고 이제까지 레너드와 페니의 관계가 삐걱거리는데는 페니의 잘못이 크다고 ..
The Big Bang Theory Season 9 장수 TV 시리즈의 비결은 이거인 것 같습니다. '시청자가 털고 일어나려고 할 때, 주저앉힐만한 무언가를 보여준다.' 빅뱅 이론 시즌 9에서는 오랜만에 자신만이 가지는 매력을 속도감 있는 전개로 펼쳐내었습니다. 초반 셸든과 에이미의 결별과 재결합 과정에서는 그 둘이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연인 관계를 통해 둘을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감정을 쓸모없다고 여기던 셸든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스팍을 욕할 정도로 상실감에 괴로워하며, 남성과의 인간 관계를 거절하고 있던 에이미는 3명의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할 정도로 성숙한 대인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레너드와 페니가 약혼을 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심드렁하였지만 그 둘의 재결합에는 잘 되었다고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셸..
The Big Bang Theory Season 8 지난 시즌 끝날 때, 셸든을 떠나보내는 것을 보고 한 시즌 적어도 반 시즌은 셸든 없이 이야기를 끌어갈 줄 알았습니다. 셸든이 극의 중심이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셸든이 없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1화에서 바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실망이 컸고, 덕분에 시작부터 시즌 8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가망없는 배우의 꿈을 버리고 버나뎃의 연줄로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게 된 페니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시즌 초반을 이끌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중반부터는 드라마는 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애매한 연인 관계로 몇 년을 끌더니, 이제는 약혼 관계로 질질 끌기 시작하는 레너드-페니 커플, 초반에 페니와 대립 관..
MCU는 왜 성공하였을까 마블은 이번 '인피니티 사가' 를 통해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몇몇 작품은 박수를 받을만한 명작이기는 하였지만, 많은 작품은 평작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고 팬들이 기대에 못 미친 작품도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 히어로'라는 당시 유행에서 벗어난 소재로 공전절후의 히트를 쳤습니다. 제가 생각한 MCU 성공의 핵심은 MCU를 좋아하기 위해서 굳이 '슈퍼 히어로'를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령 첩보물의 팬이라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를 빼고서라도 즐길만한 물건입니다. 저 같이 아직 미숙한 소년의 성장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좋은 영화입니다. 이렇게 다른 장르의 힘을 빌림으로서 또 하나의 장점이 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1. 'TV 애니메이션 1쿨과 이어지는 극장판을 연이어 시청한 것 같다.' 제가 극장에서 나와 카카오톡으로 보낸 첫번째 감상평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인피니티 스톤의 소멸과 타노스 참수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상처투성이고 무력한 타노스를 토르가 화풀이로 죽였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신답지, 영웅답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기에 토르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무너져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반부는 '어벤져스: 타임 트래블'이라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보람도 별로 없고, 액션이나 연출도 매주 한 편 나오는 드라마 수준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면의 전환이 잦고 이야기를 짧게 짧게 끊어가서, 영화를 보는 기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1. 오늘은 지난 10년에 걸쳣 마블이 쌓아올린 인피니티 사가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입니다. 그렇기에 어제 퇴근하고서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마지막까지 감상하였습니다. 아마 엔드 게임은 내일 삼성 최종 면접을 치르고 귀가하는 도중에 보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영화의 단점은 도로에 있는 요철이나 장애물과 같습니다. 단점이 많으면 영화가 덜컹거려서 보는 내내 불편하고, 때때로 멀미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자동차 설계에 큰 문제가 없다면 도로에 자갈이 많다고 차가 전복되지는 않습니다. 이제까지 MCU 영화들도 완벽하지 않았고, 단점들이 거슬리는 영화도 물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궤를 달리하는데, 저에게 있어 이 영화는 서킷을 쾌속 질주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1. '시빌 워'를 보기 전에 관객들은 어떤 영화를 기대하였을까요. 둘로 갈라진 어벤져스, 아이언맨의 빔을 방패로 막아내며 돌진하는 캡틴에서 어떤 상상하고 극장을 찾았을까요. 양보할 수 없는 정의를 걸고 처절하게 싸우는 어벤져스 멤버들과 두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기대하고 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강렬한 액션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도 아니고, 관객들에게 사색을 요구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이 영화의 액션은 기본적으로 화가 난 친구를 뒤에서 붙잡거나 어깨를 잡고 주저앉히기입니다. 다들 힘도 좋고, 맷집도 좋으니 이 과정이 좀 화려하긴 하지만 양쪽 모두 이 정도는 괜찮다는 믿음 하에 때립니다. 관객들도 이를 알기에 공항에서의 전투는 재미는 있어도 불타오르는 무언가는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