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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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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1.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 멤버 중에서 가장 수수한 능력자입니다. 활을 쏠 때만큼은 도저히 평범한 인간이라는 말을 믿을 수 없는 호크아이보다도 더하죠. 남들보다 튼튼한 몸과 강한 힘을 가진 무술의 달인이라는 것인데, 이건 슈퍼 히어로의 기본 소양 같은 것이라서요. 그러나 감독은 첩보물의 형식을 취함으로서 이 단점을 가리는데 성공합니다. 단순히 힘이 센 적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언맨이나 헐크, 토르를 찾을 수 밖에 없지만,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 없고, 수많은 정의가 교차하는 복마전에서는 캡틴의 신중함, 사려깊음, 올곧은 의지가 두드러집니다. 또한, 이러한 수수함은 MCU 영화 중에서 가장 현실비판적인 이 영화의 색깔과 잘 어울립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강철 슈트의 남자나, 분노하면 녹색..
아이언맨3(2013), 그리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1. 아이언맨 시리즈는 후속작이 나올 때마다 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비판은 영화보다 그 비판을 한 사람에게 향해야 할 것 같네요. 이건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 이 영화는 아이언맨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아이언맨 슈트를 입어야 영웅으로서 활약할 수 있다면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인가, 아니면 그가 만든 슈트가 아이언맨인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작품 내에서 슈트는 철저하게 도구로서 다루어집니다. 이제까지 토니만이 입던 슈트는 말리부 저택이 습격당할 때는 페퍼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에게 착용시켰고, 아이언 패트리어트는 악당에게 넘어가 대통령을 납치하기 위해 활용되고 그 후 처형을 위한 구속구로 사용됩니다. 마지막에..
The Big Bang Theory Season 7 시즌 7는 솔직히 말해서 최악이었습니다. 이제까지 빅뱅 이론이 가장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에이미의 첫 등장 후 페니-에이미가 중심이 되었을 때인데 제작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작품과 상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이 들던 그 때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제작진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아예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즌 마지막에 레너드가 북해로 떠날 때, 이것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까 우려가 좀 있었습니다. 보통 한 시즌이 끝날 때 큼지막한 사건을 터뜨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즌의 초반부를 이끌어가는게 보통인데 레너드의 북해 탐사 참여는 그만한 파급력을 가질만한 대사건이 아니거든요. 실제로도 드라마는 초반부터 작품을 이끌어나갈 동력이 바닥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벤져스(2012) 1. 제가 어벤져스를 관람한지 수 년이 지났고, 지금 볼 작품도 밀린 상황이라서 이 작품을 이제와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 MCU 작품들 리뷰들을 차례차례 올리고 중이니 기억에 의존해서 가볍게 적어보려 합니다. 2. '여러 명의 슈퍼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적을 상대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굉장히 단순한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리기 쉽지 않은 소재죠. 아무리 강대한 적,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도 척척 해내는게 그들이 슈퍼 히어로라고 불리는 이유인데 혼자서 해결하지 못해서 다른 동료들과 힘을 합치려 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로서는 체면을 구기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자존심을 접고, 고개를 숙일만한 '명분'이 작품 내에서 주어져야 합..
아이언맨 2(2010) 1. 영화 자체의 평도 좋지 않은 것 같고, 엔드 게임까지 MCU 최단 루트에도 들어있지 않은 영화였지만 예비군 다녀와서 지친 몸과 마음에 가벼운 오락영화 한 편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침대에 누워서 보았습니다. 전에 본 빅뱅 이론에서 셸든은 자신은 이 영화를 다 봤으니 로.다.주는 자신에게 2시간 빚진 거라고 하였지만, 원색적인 비난을 들을만큼 엉성한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 다 본 후의 제 감상입니다. 매끄럽지 못하거나 아쉬운 장면이 존재하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전작보다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비판하기보다는 셸든의 편협함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생각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2. 저는 어떤 작품을 평가할 때, 그 작품이 주 시청자 층의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하였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이언맨(2008), 그리고 퍼스트 어벤져(2012) 지금 우리가 1920년대를 재즈 에이지로 부르듯이, 먼 훗날에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슈퍼 히어로의 시대로 부를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슈퍼 히어로 영화가 박스 오피스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서만이 아니라 제가 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어린이, 혹은 어린이의 마음을 가진 어른의 전유물이었던 슈퍼 히어로라는 콘텐츠가 어느새 아이언맨 스마트폰 케이스나 블랙 팬서 티셔츠가 트렌디한 아이템이 될 정도로 대중에게 침투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MCU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오늘날 톨킨이 차지하는 위치를 100년 후의 케빈 파이기가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MCU를 떠받치는 두 개의 큰 기둥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입니다. 어벤저스의 실질적, 공식..
The Big Bang Theory Season 6 시즌 6의 초반부는 시즌 5 마지막에 우주비행사가 되어서 우주로 간 하워드를 주축으로 진행됩니다. 우주비행사가 된다는 인생의 꿈을 이룬 하워드, 하지만 꿈은 기대와 달리 인생의 큰 전기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특유의 부족한 대인 능력 덕에 동료들의 괴롭힘으로 우주에서의 생활은 지옥같았습니다. 마지막에는 공황 장애까지 앓았지요. 게다가 주위의 친지들조차 자신이 이루어 낸 '위업'에 기대만큼 반응해 주지 않으면서 하워드의 내적 갈등은 심해집니다. 4,5화를 통해서 묘사된 이 갈등은, 9화에서 셸든과의 주차 공간 문제로 마침내 폭발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도 받아보지 못한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서 하워드는 이 작품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 뿐 아니라 결혼 후 이사, 장인과 헤..
The Big Bang Theory Season 5 시즌 4와 시즌 5를 개별적인 시즌이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본다면 제가 시즌 4에 하였던 모든 악평을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에 갑자기 캐릭터가 추가되서 이야기가 너무 산만해졌다고 악평을 했었는데 이야기의 뼈대가 갖추어지고 이들이 호흡을 맞기 시작한 시즌 5에서는 멋진 하모니를 보여주었고, 시즌 2 이후로 매시즌 전 시즌보다 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빅뱅 이론은 시즌 5에서 멋진 반전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즌 5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하워드입니다. 결혼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하워드와 버나뎃 커플의 이야기는 극의 중심을 튼실하게 잡아주었습니다. 특히 하워드의 총각파티를 다룬 22화는 아직까지도 제가 빅뱅이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입니다. 작품 초기에 성희롱 발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