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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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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5회차 - 싸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던 소리 중 하나가 “○○이 성격 참 대단하다.”였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게 기본적으로 성격 자체가 투쟁적입니다. 지금은 성격 자체도 많이 둥글둥글해지고 적당히 감추는 법도 익혀서 티가 잘 안 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던 소싯적에는 진짜 어지간했죠. 유치원 들어가기 전 동네 놀이터에서 싸움만 벌어지면 얼굴에 모래를 뿌린다고 동네 어머니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갑자기 얌전해진 것은 단지 주먹을 쓰지 않아도 시험 점수로 때려눕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지요. 이런 성격이 항상 독이 된 건 아닌 게 급우가 모르는 영어 문제를 물어보고 제가 바로 답을 못하자 “아, 맞다. 너가 잘하는 건 수학이었지?”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도 악의를 가지..
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4회차 - 낮잠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낮잠을 잔 적이 없었습니다. 체력이 펄펄 남아도는 시기이기도 하였지만, 어렸을 때 공자 님이 낮잠 자는 제자를 썩은 나무에 비유한 것이 충격적이었어서요. 생각해보니 해가 지면 일을 할 수 없어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 당연한 그 시절에 밝은 대낮에 낮잠을 자는 행위는 극도로 비생산적이었지요. 그러던 제가 낮잠자는 습관이 생긴 것이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과학고등학교에서는 독서대에서 자정에 돌아오다 보니 일러야 1시에 잠드는데, 숙직하는 선생님에 따라서 다르긴 해도 보통 5시 반에서 6시에 기상하여 체조와 구보를 해야하니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밥이라도 잘 먹었던 중학생 때와는 달리 식단도 부실해서 체력 저하가 빨리 와서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가 없더군요. ..
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3회차 - 수학경시대회 제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중학교 시절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수학경시대회였죠.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학경시대회를 열심히 출전하였고,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수학경시반이 만들어진 이유의 절반 정도는 저 덕분일 것입니다. 저학년 때는 시내 대회의 단골 입상자였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출전에 전국 규모 대회인 대교 올림피아드에서 상위 입상한 이후로 꾸준히 전국대회 입상 실적을 쌓았으니까요. 덕분에 중학교도 교복과 참고서 등등을 받는 조건으로 스카우트 받아서 갔지요. 간판만 있던 중학교 수학경시반은 제가 다니던 3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KMO 단체전에서 도 1등을 차지했으니 돈값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월요일 아침에 전교 조회를 하여 외부상 수상자에..
Galaxy Watch 4가 생겼습니다 제가 산 게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요즘 여러 가지로 쪼들려서 이런 전자기기에까지 할애할 돈은 없거든요. 회사에서 선물해주었습니다. 입사 1주년 행사에서 여러 가지 상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향수나 신라 호텔 식사권 같은 다른 선택지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이걸 골랐습니다. 색은 이게 차고 있을 때 가장 눈에 안 띄는 것 같아서 골드 핑크로 하였습니다. 이게 실 착용 샷. 적당히 사용하다가 부모님 드려야겠습니다. 벌써부터 가지고 싶어하는 눈치시던데.
재난지원금 나왔습니다 소득으로는 88% 기준에 어림도 없을 정도여서 포기하고 있었는데(이 가난한 직장인이 뭘 그렇게 번다고...) 다행히 경기도에 살아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이야기하니 천안에 거주하는 선배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기념으로 베스킨라빈스를 사는 사치나 한 번 부려보았습니다. 최근에 돈 나갈 것이 많아서 지갑도 가볍고, 통장도 가벼운데 이번 달은 이걸로 버텨보아야겠습니다.
개천절 국기 계양 국기 계양합니다.
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2회차 - 귀신 꿈 KAIST 지혜관 기숙사에 살 때는 유독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말로 수맥이라도 흐르는지 자고 일어나도 찌뿌둥하고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악몽을 꾸는 일도 잦았고요. 그러던 어느날 자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눈을 뜨니 하얀 소복에 머리가 긴 여자가 제 가슴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고 있는 있었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서 귀신의 멱살을 잡아올려서 무릎찍기를 먹였고, 다음 순간 눈을 떴고 침대 밖에 떨어져서 굴렀습니다. 옆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룸메이트 말에 따르면 자던 사람이 갑자기 침대 밖으로 무릎으로 뛰어차기를 했다고 합니다. 사정을 설명하니 더더욱 황당한 표정을 짓더군요. 제가 생각해도 머쓱한데 아마 귀신에 대한 공포보다 피곤해 죽겠는데 수면을 방해받았..
1주일에 한 번 쓰는 단문 1회차 - 햄버거 제가 살던 동네에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들어온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시내에 같이 들어온 영화관과 함께 일종의 문화혁명이었죠. 그전까지 저에게 햄버거라는 것은 동네 분식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간식이었고, 사실 그것도 학교에서 몸에 좋지 않은 정크 푸드라고 이골이 나도록 강조를 해서 그다지 사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 햄버거가 지금 저에게는 토요일 점심으로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학생이던 시절, 토요일에는 보통 연구실에 출근하였는데 왠지 모르게 가족 동반으로 학교에 견학 오는 방문객이 주말마다 끊이지 않아서 점심때마다 학생 식당에는 건물 밖까지 긴 줄이 늘어서곤 하였습니다. 줄의 맨 끝에서 기다리기 싫어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 도서관 뒤편에 있는 롯데리아 점심 할..